윤석열은 박근혜처럼 헌법재판소에서 ‘8 : 0’의 처참한 완봉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미지는 대통령 윤석열의 파면 소식을 속보로 전하는 TV 조선 뉴스 화면. 조선일보와 그 계열 매체들은 윤석열의 내란 국면에서 진실보다는 독자층의 다수를 차지하는 시대착오적 사회집단에 영합하는 데 더 열중해왔다.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한 윤석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기각을 넘어 각하까지 공공연히 떠들었던 극우 유튜버들과 보수 평론가들의 호들갑스러운 예측과 전망을 일거에 무색하게 하는 싱겁고 밋밋한 결말이었다.
5년의 대통령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이제 민간인 신분으로 불명예스럽게 돌아간 윤석열은 그가 개입·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각종 범죄혐의와 관련해 언제 끝날지 모를 기나긴 수사와 재판을 앞으로 받아야만 한다. 그러한 사건들 가운데 상당수는 배우자인 김건희 씨와 연관돼 있다.
그런데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쫓겨나고 머잖아 감옥에 갇힌다고 하여 윤석열로 말미암아 촉발된 내란 정국이 완전히 종식됐다고 볼 수 있을까? 필자는 윤석열이 태어날 때부터 또는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한 바로 그 순간부터 이미 쿠데타 수괴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쿠데타 수괴는 선천적으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 명의 흉물스러운 쿠데타 수괴가 등장하는 데는 대략 세 가지 인간적 악덕과 사회심리적 병폐가 필요하다.
첫째는 쿠데타 수괴 본인의 착각과 오만이다. 윤석열은 단 한 번의 당내 경선과 역시나 단 한 번의 공직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가히 기적이라 불러야 마땅할 이러한 경우는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로도 없으리라.
2타수 2안타의 전설(?)의 10할 타자 윤석열의 탄생이 순전히 환경과 운때의 소산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이를 본인의 순수한 실력 덕분으로 착각했고, 그러니 자신이 그다음 선거들에서마다 판판이 깨진 일을 부정선거 탓으로 돌리는 근거 없는 음모론에 구제 불능으로 심각하게 중독될 수밖에 없었다. 운과 재수로 이룬 성과를 재능과 역량의 결실로 착각해 오만에 빠지는 인간이 작게는 한국에, 크게는 전 세계에 단지 윤석열 하나뿐일까?
둘째는 쿠데타 수괴와 가까운 주변 인물들, 특히 배우자의 탐욕과 무절제이다. ‘전 영부인 김건희’는 권력욕, 재물욕, 명예욕의 삼박자를 골고루 갖춘 역대급 욕망의 화신이었다. 김건희가 평범한 여염집 아낙네로만 머물며 개인적 욕망을 추구했다면 며칠 시끄럽다가 아내 잦아들 단순한 사회적 물의를 빚는 수준에 그쳤을지 모른다.
김건희는 검찰총장의 아내를 거쳐 현직 대통령의 반려자가 됐다. 그녀의 무절제한 사적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막강한 국가권력이 총동원되면서 망국적 국정농단 사태가 박근혜 정권에 뒤이어 윤석열 정권에서도 재현되고 말았다.
심지어 윤석열이 작년 12월 3일 한밤중에,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책에나 있을 법한 친위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진짜 동기가 김건희와 그 친정 식구들을 걸어 다니는 치외법권으로 만들어 보호하는 데 있었다는 분석마저 언론계와 정치권에서 진지하게 제기된 터다. 때로는 노골적 협박으로, 때로는 은근한 유혹으로 권력자를 집요하게 세뇌하여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도록 이끄는 주변인과 친인척이 작게는 한국에, 크게는 전 세계에 단지 김건희 하나뿐일까?
셋째는 추종자들의 시대착오적 집단망상이다. 시대착오적 선동가와 시대착오적 추종자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 관계와 같다. 시대착오적 선동가가 시대착오적 추종자를 양산하고, 시대착오적 추종자들이 시대착오적 선동가에게 일용할 양식을 쉼 없이 제공·봉헌한다.
윤석열이 고색창연한 군사쿠데타를 시도하자 보수 성향이 역력한 서울 강남 지역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노인세대는 일제히 열광했다. 그들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부근에, 광화문 광장에, 안국동 헌법재판소 앞에 무리 지어 몰려들어 군대가 출동해 좌파들을 싹쓸이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들이 기대하고 응원했던 대한민국 국군이야말로 윤석열의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쿠데타를 실질적으로 진압·저지한 주역이자 일등 공신이었다. 쿠데타를 막무가내로 지지·옹호한 나이든 장노년층은 자기들보다 짧게는 30년, 멀게는 60년 늦게 세상에 나온 젊은 2030 세대 장병들의 변화한 세계관과 새로운 가치관에 대해 알지도 못했을뿐더러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흘러간 강물로 물레방아를 돌리려는 퇴영적 기성세대가 과연 오늘날의 한국에만 있을까? 시대착오적 망상에 매몰된 구세대로 인해 역사가 역진한 사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사에서 여러 차례 목격된 바가 있다.
오만과 착각에 빠진 권력자, 무절제한 탐욕에 물든 권력자의 친인척, 시대착오적 망상에 집착하는 구세대의 3요소가 완벽히 갖춰지면 제2, 제3의 윤석열이 또 어디에서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른다. 우리가 윤석열의 퇴장에 마냥 박수만 치며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까닭이다. 윤석열은 파면됐지만, 구질서의 복귀를 폭력적으로 강요하려는 세력과의 싸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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