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의 목을 비틀어도 탄핵은 온다
명태균을 키운 주인공은 윤석열과 김건희가 아니라 실제로는 특정 정당에 대한 맹목적 지지를 일삼는 무지성 유권자였을지 모른다. 이미지는 명태균 씨를 둘러싼 범보수 정치세력 내부의 아비규환을 다룬 JTBC 뉴스 화면
꽃이 피어서 봄이 오는 게 아니다. 봄이 왔기 때문에 꽃들이 흐드러지게 만발하는 것이다.
낙엽이 떨어져 가을이 오는 게 아니다. 가을이 왔기 때문에 나무에서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이다.
심해어인 산갈치가 출현해서 지진이 발생하는 게 아니다. 지진이 일어날 것 같기 때문에 커다란 산갈치가 수심 얕은 곳으로 기를 쓰고 올라오는 것이다.
위에서 필자가 예시한 인과관계들과 마찬가지 이치로, 명태균 씨(이하 명태균으로 호명)가 커밍아웃을 해서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게 아니다. 윤석열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명태균이 세상에 황급히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고 하겠다.
이렇게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 판단을 용산 대통령실은 좀체 하지 못하고 있다. 원인과 결과를 분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게으른 하인은 동이 트는 것을 막겠다며 닭의 목을 비트는 어리석을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명태균의 입만 어떻게든 틀어막으면 지금의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다고 믿고 있을 윤석열 대통령이 닭의 목을 비틀면 새벽이 오지 않으리라는 착각에 단단히 빠졌던 우화 속 하인과 과연 뭐가 다르단 말인가?
아, 결정적으로 다른 대목이 하나 있기는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힘없는 불쌍한 하인이 아니란 사실이다.
그는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2024년 1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강한 군대를 보유한 나라의 국가원수이자 정부수반이다. 이런 막강한 권력자가 원인과 결과를 습관적으로 혼동해왔으니 북한이 남한으로 오물풍선을 잇달아 날려 보낸 원인이 일부 탈북자 단체가 휴전선 북쪽을 향해 풍선에 매달아 띄운 대북 전단에 있음을 모르는 게 당연하다.
명태균은 윤석열이 일의 앞뒤를 가리는 데 무척이나 서투른 사람임을 귀신같이 영악하게 눈치채고 있는 듯싶다. 검찰이 그를 구속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한 달 안에 하야하거나 또는 탄핵당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명태균이 천연덕스럽게 늘어놓을 수 있는 배경이다.
실상은 명태균을 구속해서 윤석열이 탄핵당하거나 하야하는 게 아니다. 윤석열이 탄핵당하거나 하야할 가능성이 확연히 짙어졌기 때문에 명태균이 사법처리될 위기로 내몰린 것이다. 명태균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사태의 선후 순서를 거꾸로 이해하고 있음을 예리하게 간파한 까닭에 일국의 대통령 부부를 상대로 “이 약 안 먹으면 당신들 당장 죽어” 식의 공포 마케팅을 서슴없이 구사할 수 있었다.
본선은 컨설턴트에게, 경선은 브로커에게
그러나 명태균이 단지 허세와 처세에 두루 능숙한 덕분에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통째로 쥐었다 놨다 하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명태균이 오랫동안 연마해온 개인적 필살기와 한국 특유의 왜곡된 정치구조가 결합한 후과로 경상남도 창녕 태생의 한 평범한 휴대전화 대리점주가 현직 대통령 부부의 머리 꼭대기 위에서 작심하고 룰루랄라 놀 수가 있었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운영하면 무수한 고객들의 이름과 나이와 성별과 주소와 연락처 등의 중요한 인적 사항이 저장된 데이터베이스에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명태균은 향우회와 종친회와 동문회에 주먹구구식으로 의존해온 기존의 낡은 선거운동에 풍부하고 구체적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고객관계관리 기법을 선도적으로 접목ㆍ적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DB 마케팅이나 CRM 서비스는 첨단기술도, 특출한 방법도 아니다. 이미 오래전에 상시적으로 대중화된 통상적 마케팅 방식이다. 그런데 이를테면 서울에서는 왜 명태균 같은 데이터 기반 정치 컨설턴트를 필요로 하지 않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서울, 범위를 확장하면 수도권은 특정한 향우회와 동문회와 종친회 회원들 명단을 확보한다고 하여 선거에서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다.
반면, 거대 양당의 텃밭으로 불리며 ‘공천=당선’으로 통해온 영호남 지역의 경우에는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더 많은 명부를 입수하는 캠프가 승리할 확률이 높다. 특히 최신판 당원 명부를 손에 넣으면 가히 노다지 수준이다. 당내 경선이 곧 명부 쟁탈전이 되곤 하는 까닭이다. 그로 말미암아 여의도 정치권에선 당원 명부만 수중에 고이 간직하고 있으면 평생 밥은 굶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따라서 명부를 밑천 삼아 후보자가 거래하려는 선거 브로커들이 선거철만 되면 주요 정당의 중앙당사 주변에서 활개를 치기 일쑤다.
컨설턴트는 전략으로 말한다. 브로커는 명부로 말한다. 대중에게 낯익은 유명 정치 컨설턴트들은 대부분 수도권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브로커들은 영호남을 무대로 종횡무진 선거판을 누빈다.
본선은 컨설턴트의 시간이다. 경선은 브로커의 시간이다. 1987년 체제에서 영호남은 경선은 있되 본선은 없는 곳이었다. 명태균이 중앙정치권에선 시골을 전전하는 삼류 정치 브로커 정도로 듣보잡 취급을 받았던 연유는 그의 핵심 자산이 영남권에 거주하는 보수 정당 당원들의 개인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였던 데 있다. 해당 데이터는 영남에서 출마하려는 인사들에게는 금값이었을 테지만, 수도권에서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한테는 속된 말로 똥값이었을 터이다.
문제는 수도권 역시 공천장만 받으면 당선증도 자동으로 받다시피 하는, 치열한 본선 경쟁 없는 지역구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여파로 인해 필자 같은 정상적인 정치 컨설턴트의 운신의 폭은 급격히 줄어들고, 그 대신 별의별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돈벌이에 나선 선거 브로커들의 행동반경은 빠른 속도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면 갈수록 선거 브로커들이 되레 더더욱 기승을 부리는 현상에는 자기가 편드는 정당에서 공천한 인물이라면 막대기를 꽂아놔도 무조건 맹목적으로 지지해주는 표 찍는 기계들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은 셈이다.
좋은 정치인은 정치를 잠시 잠깐 좋게 만든다. 좋은 유권자는 정치를 오래오래 좋게 만든다. 명태균 파동을 시시콜콜 광적으로 보도 중인 허다한 온ㆍ오프라인 언론매체들이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 아주 내밀하고 불편한 진실이다.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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