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달랐던 중소 공산당의 스무 번째 전당대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본인의 정치생명이 위협받는 위험성을 무릅쓰고 한중관계 발전에 매진했다는 점만은 이제라도 높이 평가될 필요가 있다. (이미지는 박 전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을 비중 있게 보도한 중국 국영방송 CCTV의 화면)
중국공산당이 2022년 10월 16일에 시작돼 같은 달 22일 폐막된 제20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습근평(習近平)을 국가주석으로 선출했다.
전임 국가주석 호금도(胡錦濤)가 대회가 한창 진행되는 북경 인민대회당에서 건장한 체구의 젊은 남성 경호원에 의해 사실상 강제로 끌려 나가는 돌발적 사건이 발생한 일을 제외하면 중국공산당의 스무 번째 전당대회는 대다수 언론매체들이 예상한 방향과 내용으로 귀결되었다. 등소평 사후의 중화인민공화국에서 불문율처럼 준수되어온 최고권력 임기제가 무너지고 습근평이 임기 없는 종신 통치자, 즉 독재자로 공식 등극한 것이다.
1956년에 치러진 소련공산당 제20차 당대회는 흐루쇼프가 점화시킨 스탈린 격하 운동을 계기로 동토의 왕국 소련에 해빙의 훈풍을 불러왔다.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는 등소평이 도입한 개혁개방 노선에 마침표를 찍을 기세다.
현재 기준으로 14억 2,588만 명의 어마어마한 인구를 보유한 초거대 국가 중국은 지구촌 인류에게 오랫동안 영원한 수수께끼로 통해왔다. 한반도 면적의 40배가 훨씬 넘는 엄청난 땅덩어리와 남한 인구의 30배에 가까운 인구수를 가진 중국의 위압적인 물리적 크기 앞에서 이웃나라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공포심과 부러움이 뒤섞인 감정을 수천 년에 걸쳐 가슴속에 지녀왔다.
세상은 늘 상대적이기 마련이다. 우리에게 중국이 수수께끼이듯, 중국에게도 한국은 수수께끼였다. 이를테면 한국 축구 앞에만 서면 자꾸만 작아지곤 하는 중국 축구의 해묵은 공한증은 축구광인 습근평조차 의문을 품었을 정도로 중국에게는 영구미제에 가까운 미스터리로 여전히 남아 있다. 이는 우리가 중국을 두려워하듯, 중국 또한 한국을 껄끄럽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한국은 1987년 전개된 6월 항쟁의 성과물인 87년 체제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견제와 균형의 미덕이 증발된 자리에 내가 뭔가를 이뤄낼 능력은 없어도 남이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하게 방해할 힘은 있는 훼방의 정치(Vetocracy)가 들어섰다. 그로 말미암아 어느 정당이든 비판과 반대가 능사인 야당일 때는 강했다가 집행하고 책임지는 위치인 여당이 되면 오히려 무기력해지고 마는 ‘야강여소’ 현상이 정치권 전반에 체질화되었다.
작금의 한국의 정치체제가 성공한 6월 항쟁의 산물이라면, 오늘날의 중국 통치구조는 실패한 6월 항쟁의 결과물이다. “정치는 통제, 경제는 자유”를 기조로 채택한 이른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1989년 6월 4일 새벽, 굉음을 울리며 나타난 수백 대의 인민해방군 전차들이 북경의 천안문 광장을 가득 메우고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면적 실시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던 수십만 명의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유혈진압하면서 완벽히 확립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87년 체제와 중국의 89년 체제는 30여 년의 세월 동안 비교적 무난히 공존해왔다. 그 사이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약진했고, 중국은 후진 농업국가로부터 현대적 산업국가로의 놀라운 발전을 달성하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의 하나로 웅비했다. 경제적으로 중국이 성장하면 한국도 성장했고, 대한민국이 잘살게 되면, 중화인민공화국도 잘살게 됐다.
한류로 상징되는 양국의 문화적 밀착은 경제적 상호의존성의 증대를 훨씬 더 뛰어넘는 수준으로 진전됐다. 그 덕분에 한국의 아이돌 가수 그룹 멤버로 중국 태생 연예인이 활약하는 모습이 전연 낯설지 않게 되었다. 중국 현지에서 제작되는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우리나라 출신 인기 배우가 발탁됐다는 소식에 별다른 감흥이 일지 않을 지경이 됐다.
어쩌면 이 모두가 이제는 지나간 빛바랜 추억이 될지도 모른다. 한중관계만큼이나 끈끈하고 공고하게 여겨졌던 미중관계가 냉전 시절의 미국과 소련 관계처럼 급속힌 얼어붙고 있는 탓이다. 미중 양국의 전방위적인 탈동조화(Decoupling) 추세 속에서 한국은 자칫하다가는 고래싸움에 낀 새우 신세가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우리나라 곳곳에 팽배해 있다. 이와 같은 위기감은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 세계 차원에서 치열하게 펼치는 공급망 전쟁에 온몸으로 노출된 기업인들 간에 특히나 심각한 실정이다.
우리 모두는 생계형 중국통이다
필자는 국제관계 전문가가 아니다. 외교통은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향후에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당장 치솟을 대로 치솟은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부터가 한중관계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는 연유에서이다. 보통의 한국인에게 미국과의 관계가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 중국과의 관계는 생계가 달린 문제인 셈이다.
한중관계에 관한 전망은 비관론이 낙관론을 압도하는 게 현실이다. 비관론 가운데에는 중국의 대만 무력점령 시도가 한반도에서의 전면전 발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종말론적 시각마저 있다. 한국에 주둔한 미군이 대만 분쟁사태에 개입하면 중국이 한국영토를 겨냥해 군사행동에 나설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그 불꽃이 휴전선 이북으로 튈 경우를 상상하면 그야말로 악몽이 따로 없다.
허나 중국 근대문학의 아버지 노신은 희망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중국을 ‘중공’이라 불렀던 모택동 집권기로 한중관계가 뒷걸음질 치지 못하도록 단단히 경계해야만 할 의무가 우리에게는 있는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를 좋게 가져간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 같이 중국에 시종일관 굴종적 자세를 취하자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우리는 미국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북한이든 한국의 사활적 이해관계를 침해하는 행동을 자행하는 데 대해선 단호하고 분명하게 “NO!”라고 응답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오직 일본을 향해서만 선택적으로 “아니오!”를 외쳤던 까닭에 정권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장기적 국익을 희생시킨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필자는 구체적 정책이나 전략적 해법을 내놓는 대신에 우리 자신의 마음가짐, 곧 자세부터 새롭게 가다듬을 것을 제안하고 싶다. 대외관계를 철저하게 우리의 자주적이고 주체적 시각에서 결정하고 추진해나가자는 것이다. 그래야 진보정권이 등장하면 중국에 휘둘리고, 보수정권이 출범하면 미국에 굽실대는 낡고 비루한 구태 겸 추태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는다.
지금은 중국과의 관계를 무리하게 악화시키면서까지 한미동맹의 강화에만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하면 십중팔구 친중 사대주의자로 낙인찍히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필자는 본 칼럼 서두에서 의도적으로 시진핑을 ‘습근평으로, 후진타오를 ’호금도‘로 각각 호명했다. 베이징은 ’북경‘으로 발음했다. 기존의 한중 협력관계를 꾸준하게 유지ㆍ증진하는 건 중국을 위한 일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위한 일임을 진정성 있게 강조하려는 목적에서였다.
중국이 모택동 치하의 절대빈곤에서 벗어나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난 데에는 검은 고양이건 흰 고양이건 쥐만 잘 잡의면 된다는 유연하고 실용주의적 사고가 중요한 몫을 담당했다. 이와 마찬가지 이치로,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에 도움이 된다면 친미도 할 수 있고, 친중도 할 수 있고, 친북도 할 수 있고, 친일도 신축적으로 융통성 있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내치에서 공허한 원칙론이 득세하면 결국 특정 정당이 정권을 잃는다. 외교에서 경직된 이념의 잣대가 활개를 치면 종국에는 나라가 국권을 상실한다. 나라가 없으면 정권도 없다는 점에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없어야 할 것이다.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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