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하나의 법무법인이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쏘아올린 화살은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급소에 정확히 명중해 원활한 경제 흐름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미지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을 당시의 김진태 선거 포스터)「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는 일본 태생 철학자 오구라 기조가 저술한 책의 제목이다. 무수한 논자들이 그들 글에서 이 책의 내용과 주제를 빈번히 언급해온지라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는 실제로 읽은 사람은 적어도 제목을 아는 사람은 많다는 견지에서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필자 역시 책의 제목만 알고 있는 허다한 인간들 가운데 한 명임을 이참에 솔직히 고백하는 바이다.
고전의 짜릿한 묘미는 제목을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변용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권세력과 제1야당을 각각 틀어쥔 작금의 상황을 “한국은 하나의 법무법인이다”라고 일말의 주저함조차 없이 표현하고 싶다.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단순히 제도정치권 분야 하나만을 황폐화시키는 정도를 벗어나 국가를 통째로 말아먹을 수 있는 심각한 지경에 마침내 다다른 탓이다.
두 사람이 각자의 소속 정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래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갈등과 대결은 근본적으로 지루하고 소모적인 법률 공방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현재는 집권에 성공한 윤석열이 검사 내지 고소인 역할을 화려하게 맡고 있고,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이 변호사 겸 피고소인 자리에 옹색하게 앉아 있다. 대통령 선거 결과가 만약 정반대로 나왔다면 이재명이 검사 겸 고소인이, 윤석열이 변호사 겸 피고소인이 되었으리라.
정치의 본질을 파악하는 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적나라한 계급투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둘째는 한정된 사회경제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으로 응시하는 관점이다. 21세기 한국정치는 여기에 한 가지 지평을 새로이 추가할 기세다. 정치는 정당의 간판을 내걸은 거대 법무법인들 간의 법정 싸움이라고.
정치가 정당의 간판을 단 거대 법무법인들의 법리 다툼으로 ‘흑화’됐으니 그 어느 유력 정치인과 주요 정당도 평범한 대다수 민중의 이해와 요구를 더는 대변하지 않는다. 국가공동체의 장기적 생존과 번영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전직 검사가 사실상의 총재로 군림하는 국민의힘과 현직 변호사가 제왕적 당대표로 등극한 더불어민주당 양측 전부 정권을 잡으려는 목적은 단순명쾌하다. 법원에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어내기 위함이다. 왜냐? 남한사회에서 만인은 법 앞에서는 평등하지만 법관 앞에선 평등하지 않고, 법무법인들의 생사와 존망을 좌우하는 법관들의 인사권을 장악하려고 하는 짓이 다름 아닌 선거가 되었기 때문이다.
박정희와 전두환과 노태우는 국가를 병영으로 편제하려 했다. 잔인한 시절이었다. 대신에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의 승리라는 나름의 뚜렷한 지향점만은 있었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국가를 정당처럼 조직하려 했다. 지저분한 밀약과 뒷거래가 횡행했다. 반면, 국가 자체의 판을 깨려고 들지는 않았다. 최후의 심판은 법관이 아니라 민심이 내렸다.
양김 다음의 노무현은 국가를 사회적기업으로 여겼고, 이명박은 나라를 그를 최고경영자로 둔 일종의 부동산 개발전문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인식했다. 그나마 이때까지는 국가의 존립 이유와 통치 목적에 최소한의 긍정성과 합리성이 존재했다.
허나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이후의 정권들은 국가를 제 맘대로 짓고 부수는 레고블록쯤으로 공공연히 간주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가를 나이가 깡패가 되는 칙칙한 어버이연합의 확장판으로 변질시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나라를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는 음울한 상조회사 체제로 바꾸길 원했다.
어쩌면 박근혜와 문재인은 약과였을지 모른다. 정치활동을 벌이고 선거운동에 나서는 유일한 동기가 본인과 본인 가족들이 감옥 안 가는 것으로 보이는 인물들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제1야당 대표에 선출되는 엽기적 광경마저 급기야 빚어지고 말았으니….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법률기술자에서 정치인으로 진취적으로 발전ㆍ변신할 의지와 능력이 턱없이 모자라니 아예 역으로 국가와 정당을 법무법인으로 개조시켜버린 셈이다.
김진태는 어쩌다 경제 테러리스트가 되었나
법률기술자가 정치를 하면 나타나는 폐해가 얼마나 파국적일 수 있는지는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막가파식 지방행정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그는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선 중도개발공사, 곧 춘천 레고랜드의 채무를 갚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가 기업들의 중요한 자금조달 창구 구실을 해온 채권시장을 단숨에 마비시켰다. 강원도를 볼모로 삼은 김진태의 위험천만한 인질극으로 말미암아 1997년의 외환위기 사태 당시처럼 나라가 또다시 부도가 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국민들은 물론이고 정부와 기업에 순식간에 팽배해졌다.
김진태 지사는 영악한 사람이다. 그는 모든 사안들을 법률적 유ㆍ불리의 잣대에 근거해 판단하고 결정해왔다. 김진태는 이번에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계산 아래 무모한 만용을 부렸던 듯하다.
만용의 후과는 악몽이었다. 피를 말리는 살인적 고금리 정책 때문에 못살겠다는 민초들의 아우성을 몰인정하게 외면하면서까지 긴축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당국으로 하여금 5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유동성을 시중에 황급히 공급하도록 만들었다. 강원도를 법무법인 비슷하게 운영하면 나도 이재명이 될 수 있고, 윤석열이 될 수 있다고 과신한 오판이 부른 참사였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국민들로부터 ‘경제 테러리스트’로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는 공안검사로 일했던 김진태는 스스로의 장밋빛 미래상을 최초의 검찰 출신 대통령 윤석열로부터 찾는 성싶다. 그렇지만 김진태가 윤석열로 도약할 확률보다는,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에 관한 식견과 안목이 충분치 않은 탓에 경제를 가지고 아찔한 불장난을 서슴지 않은 김진태 지사 같이 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더 높다고 하겠다. 필자가 “김진태는 윤석열의 미래다”란 달갑지 않은 결론에 어쩔 수 없이 도달하게 된 까닭이다.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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