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먹방에만 분노하는 당신에게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는 한국정치의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막장극이었다. (연합뉴스 캡처)
오래전에 연예계에 진실인지 헛소문인지 확인할 수 없는 한 가지 이야기가 떠돈 적이 있었다. 가요계에서 최장수 남성 듀오로 군림해온 서수남과 하청일 콤비가 실제로는 매우 서먹서먹한 관계라는 전언이었다. 두 사람은 무대 위에서 나란히 노래할 경우에만 다정함을 연출하는 비즈니스 파트너일 따름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하청일과 서수남에게 왜 억지로 친한 척을 하느냐고 매섭게 추궁하는 팬들은 없었다. 둘의 직업은 연예인이고, 연예인의 본령은 쇼에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는 선거 시기에만 현실정치에 반짝 관심을 기울이는 일반 유권자는 물론이고 정치부 기자들처럼 정치를 다루는 일을 주업으로 먹고사는 인사들까지 이구동성으로 질타하는 게 있다. 다름 아닌 정치인들의 쇼다.
이를테면 대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민생체험 유세 활동의 일환으로 시장통에서 어묵이나 떡볶이를 입을 크게 벌리고 먹는 사진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오기 무섭게 차마 그대로 옮겨 적기 민망할 지경의 온갖 상스럽고 험악한 욕설들이 댓글로 주렁주렁 달리기 마련이다. 기자들 또한 기사에서 그러한 쇼가 서민들이 직면한 어려운 경제적 상황을 개선시키는 데 무슨 실질적 효과가 있겠냐며 냉소적으로 비판하기 일쑤다.
그런데 한번 진지하게 물어보자. 전통시장에서 입술에 시뻘건 국물 잔뜩 묻히며 떡볶이 사먹는 짓과, 어제까지 서로 거칠게 막말 주고받았단 경쟁자와 오늘 갑자기 손잡고서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고 전격 선언하는 행동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본마음에도 없는 진정성 빵점의 얄팍한 쇼이겠는가? 정답은 당연히 후자이다. 문제는 쌀 한 봉지를 훔치면 도둑놈이 되고 나라를 통째로 훔치면 영웅이 되듯이, 작은 쇼를 펼치면 손가락질을 받지만 큰 쇼를 연기하면 찬사를 얻는다는 점이다.
후보 단일화는 21세기 한국정치가 낳은 최악의 거대한 저질 정치쇼이다. 단일화라는 이 희대의 알량한 정치쇼는 부패하고 탐욕스런 기득권 586 세대가 한반도 남쪽에 널리 퍼뜨린 대표적인 사회적 병리현상인 내로남불이 뚜렷이 발현된 사례다. 내가 추진하는 후보 단일화는 통 크고 아름다운 통합이지만, 남이 진행하는 후보 단일화 작업은 음습하고 부패한 야합이 된다.
단적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간의 야권후보 단일화가 제발 무산되도록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까지 불사했을지 모를 더불어민주당은 지금부터 딱 10년 전에는 비열한 권모술수란 권모술수는 전부 다 동원한 끝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와의 야권후보 단일화를 우격다짐으로 이끌어낸 지질하고 부끄러운 과거사가 있다. 당시에는 현재의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단일화를 구태의연하고 시대착오적인 정치공학으로 맹비난했었다.
키스는 못해도 섹스는 할 수 있다
후보 단일화의 명분으로 흔히 제시되는 논리가 선거 승리 후에 공동정부를 구성해 운영하자는 제안이다. 나는 이것처럼 속보이는 짓거리도 없다고 생각한다. 정당은 현대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적 조직단위이다. 정당조차 함께하지 못하는 주제에 정권을 함께한다는 건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상대와 키스는 못해도 섹스는 할 수 있다는 소리와 진배없다. 의원내각제도 아니고 제왕적 대통령제, 즉 내용적으로는 총통제를 채택ㆍ실시해온 한국에서 당도 함께 못하는 사람들과 정권을 함께하겠다는 자가당착적 궤변을 전문용어로 ‘개소리’라고 부른다.
근본적으로 후보 단일화는 유권자의 자유롭고 폭넓은 선택권을 무자비하게 유린하는 반민주적 폭거이다. 홍길동 후보를 찍기로 일찌감치 결심한 유권자가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임꺽정 후보지를 지지하도록 강요당하는 게 단일화이다. 후보 단일화 소동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국가공동체의 유일하고 정당한 주권자들인 일반 유권자들은 주식시장에서 단타로 매매되는 주식쪼가리 신세로 영락하고 만다.
필자는 2002년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선후보의 단일화가 논의될 시점부터 시작해 벌써 20년째 후보 단일화는 헌법에 보장된 인민대중의 소중하고 불가결한 권리인 행복추구권과 자기결정권을 정치인들끼리 임의로 작당해 짓밟는 반민중적 만행임을 줄기차게 외쳐왔다.
나는 심상정과 유시민의 2010년 지방선거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 때도, 안철수와 문재인의 2012년 대선후보 단일화 때도, 2016년 총선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출마자들을 억지로 단일화시키려는 불순하고 야만적 책동이 이른바 진보원로란 능글맞은 모사꾼들의 주도 아래 난무할 때도 동일한 관점과 입장을 줄기차고 견결하게 유지해왔다. 주권자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박탈하는 단일화는 사라져도 진즉에 사라져야 마땅했을 구시대의 적폐 중의 적폐일 터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작지만 집요한 노력이 비록 만시지탄일지언정 마침내 결실을 거뒀다. 윤석열과 안철수 두 대선주자가 각자의 길을 가기로 드디어 결정한 것이다. 윤석열은 공정한 사회의 복원이라는 대임을 떠맡은 인물이다. 안철수는 다당제 실현의 역사적 책무를 띠어온 사람이다. 각기 다른 사명과 역할을 부여받은 두 명의 대선후보를 같은 바구니 안에 무식하게 욱여넣으려고 시도하니 윤석열은 윤석열대로 나쁜 사람이 되고, 안철수는 안철수대로 이상한 인간이 되고 말았다. 단일화란 단어가 횡행할수록 이득을 보는 건 크게는 더불어민주당과 작게는 윤석열 주변의 윤핵관들 뿐이었다.
나는 단일화라는 한국정치에서 결코 태어나지 말았어야만 할 저주받은 귀태를 역사의 쓰레기통 속으로 과감하게 던져버린 윤석열과 안철수의 결단에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향후에는 그 어떤 인물과 정당과 세력도 단일화라는 단어를 두 번 다시 입에 올리지 말기 바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도, 문재인의 대선 재수도, 유시민이 작금에 나날이 드러내는 추레한 늙어감도, 안철수의 지속적인 지지율 쇠락도, 윤석열의 주기적 헛발질도 그 본질적 원인은 여의도 안팎의 노회한 거간꾼들이 상습적으로 획책ㆍ공작하는 무리하고 인위적인 후보 단일화에 있었다. 굿바이 단일화! 멀리 안 나간다. 다시는 보지 말자.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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