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우스는 부하들에게 전투태세를 갖추도록 사전에 지시해놓은 터였다. 미누키우스의 부대가 한니발의 군사들에게 크게 혼쭐이 날 것임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인 연유에서였다.
자체 인재 육성 없는 기성 정당의 외부 인사 영입은 당에게도, 당사자에게도 상처만 남겼다. (사진 김한주 기자)
정작 놀라운 사실은 허겁지겁 후퇴하는 로마군의 참상을 목격하고서도 그가 미누키우스를 비난하거나 질책하는 말들을 일절 꺼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미누키우스는 로마의 위대한 애국자라고 오히려 추켜세우며 적에게 포위당한 아군을 신속히 구원할 것을 병사들에게 쉬지 않고 독촉했다.
파비우스의 등장과 더불어 전세는 단숨에 역전되었다. 그는 노령의 나이에도 아랑곳없이 선두에 서서 누미디아 기병들을 무찔렀다. 로마군의 강력하고 체계적인 반격에 직면한 카르타고군은 자신들이 도리어 앞뒤로 포위당할 것이 두려운지라 말머리를 돌려 내빼기 바빴다. 한니발은 별로 당황한 기색 없이 천천히 부대를 거둬 본진으로 돌아갔다. 파비우스가 미누키우스의 패배를 예견한 것처럼, 한니발도 그의 맞수라 할 늙은 적장의 용전분투를 예견했던 바였다.
패배를 승리로 돌려놓은 파비우스는 그 어떤 공치사나 자기 자랑도 늘어놓지 않았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파비우스의 활약상을 기리는 찬양과 칭송은 거의 죽었다 살아난 미누키우스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플루타르코스는 주인공인 파비우스의 말은 길게 소개해놓지 않았다. 그는 파비우스가 했음직한 얘기들을 미누키우스의 입을 빌려 대신 쏟아놓게 한다.
허세와 허풍이 있고 없기로 치자면 파비우스는 카이사르와는 극과 극인 인물이었다. 만약에 카이사르였다면 한니발이 파놓은 덫에서 미누키우스의 군대를 구출한 사건을 소재로 삼아 대필 작가라도 급하게 고용해 아마 책 한 권은 너끈히 써내고도 남았으리라.
그럼 미누키우스가 부하들 앞에서 연설문 형식으로 읽어 내려간 절절한 반성문의 일부분을 잠깐 들어보도록 하자.
“제군들, 오늘의 실수를 또 다른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교훈으로 삼는 것이야말로 용감하고 분별 있는 자의 자세다. 나는 이번 패배에 오히려 감사하는 바이다. 왜냐? 내가 다른 사람의 명령과 지휘를 받아야 하는 자임을 깨우쳐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는 어떤 문제에서건 파비우스 장군의 지시와 결정에 전적으로 복종할 것이다.”
연설을 마친 그는 부하들을 이끌고 파비우스의 진영으로 갔다. 그리고는 지휘관의 상징인 독수리 표장이 꼭대기에 얹힌 깃대를 파비우스 앞에 꽂도록 했다. 무조건 복종하겠다는 뜻의 표시였다.
그는 파비우스를 아버지라고 부를 것임을 선언하고는, 부하들에게는 본래 그들의 동료였던 파비우스의 병사들을 보호자라고 호칭할 것을 명했다. 로마에서 상대를 보호자로 일컫는 풍습은 해방된 노예가 자기를 자유롭게 풀어준 원래의 주인에게 바치는 일종의 인사였으니, 지휘관 차원에 더해 부하들 층위에서도 주종과 상하 관계를 이참에 확실히 정해둔 셈이었다. 미누키우스는 어수선했던 주변 분위기가 어느 정도 조용해지자 파비우스를 향한 존경과 복종의 마음을 다시금 공개적으로 고백했다.
“장군께서는 오늘 두 번 승리하셨습니다. 한 번은 용기와 무공으로 한니발을 이기셨고, 다른 한번은 지혜와 덕으로써 저를 굴복시키셨습니다. 제 생부는 저를 낳아주셨을 뿐입니다. 그러나 장군께서는 저는 물론이고 제 부하들의 목숨까지도 구해주셨습니다.”
파비우스는 대중의 인기를 만끽하는 청년 장군의 위세에 비겁하게 영합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대교체의 주역이자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인재를 한번 실수했다고 해서 성급히 내치지도 않았다. 고대 로마의 국가 지도자들은 전도유망한 청년들을 외부에서 영입해 일회용 소모품처럼 단물을 쪽 빨아먹고는 조용하게 용도폐기해온 현대 한국의 야박한 기성 정치인들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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