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이하 공) : 김용민 PD님께서는 한국사회의 지체된 세대교체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밝히면서 586 세대를 향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신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김용민 개인적으로도, 진보개혁 세력으로 불리는 진영 전체적으로도 그와 같은 세대교체 요구의 목소리가 급격히 잦아들은 분위기입니다. 586 세대의 역량과 도덕성이 특별히 나아진 것으로 평가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왜 그러한 입장 변화가 있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586 세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큰 빚져
김용민 PD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과감한 발탁 덕에 586 세대가 한국사회의 주류로 올라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용민(이하 김) : 세대 문제에 대한 저의 생각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닙니다. 386 세대로 시작해 지금은 586 세대에 이른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엄청난 특혜를 받아왔습니다. 단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는 위대하고 걸출한 정치 지도자의 후원과 뒷받침이 없었다면 586 세대에 속하는 인물들이 지난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어떻게 선출직을 중심으로 중요한 공직을 경험하고 맡아올 수가 있었겠습니까? 혜택을 받았다면 혜택을 베풀 줄도 알아야만 합니다. 저는 586 세대가 이제는 청년세대들에게 손을 내밀어 후배들이 정치권에 확실하게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인 김용민을 규정하는 직업으로는 아나운서, 대학교수, 시사평론가, 방송진행자, 심지어 종교인 또는 정당인 등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김용민은 라디오 PD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더욱이 필자가 그를 처음으로 만났을 당시 그는 인터넷 방송국인 라디오21의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 자신이 PD라는 직업에 각별한 애착과 자긍심을 표시해왔다. 그러므로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를 Producer & Director의 약자인 PD로 호칭하였음을 밝혀두는 바이다.
586 세대는 김대중 정부에서 젊은 피로 정계에 수혈되어 노무현 정부에서 화려하게 약진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는 기간에도 586들은 야당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차지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그 위상과 영향력이 한층 더 강화됐습니다.
올해 4월에 치러지는 제21대 총선에서는 뭔가 중대한 변화와 진전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러한 중대한 변화와 진전을 위해 586 세대 정치인들이 후배들에게 과감하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김용민 PD는 인터뷰 동안 586 세대를 ‘X86’ 세대로 지칭했다. 그는 ‘586 세대’라는 단어가 ‘조선일보 프레임’의 산물이라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혹은 더 수위 높고 원색적 단어 대신에 점잖게 ‘X’를 사용했을지 모른다. 그의 본의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필자는 대중에게 익숙한 용어인 ‘586 세대’로 표현을 통일하기로 결정했다.
586의 최대 피해자는 90년대 초반 학번들
김 : 586 세대가 정치권의 주역으로 너무나 오랫동안 군림한 데 따른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요? 우선 전제하고 싶다면 저는 ‘세대론자’가 아닙니다. 제가 예전에 ‘20대 개○○론’을 폈다가 아주 가루가 되도록 까인 적이 있습니다.
공 : 가루도 사실은 약합니다. 그때 완전히 분말이 되셨잖아요? (웃음)
김 : 미세먼지 수준이 될 때까지 박살이 났었죠. 까인 정도가 아예 빻였습니다. (웃음)
공 : 제가 정치적 노선이 달랐을 때도 김용민 PD님을 웬만하면 애들 말로 쉴드를 쳐줬는데, 그때는 저도 그냥 냅다 도망갔어요. 같이 미숫가루 신세가 될까봐. (웃음)
김 : 586 세대의 장기집권 체제 아래서 저도 그 구성원에 속하는 세대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586 세대 선배들의 그늘에 가려서 좀처럼 기를 펼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정치인을 지망하는 선배님들을 개인적으로 몇 명 알고 있습니다. 모두 90년대 초반 학번에 해당하는 이들입니다.
공 : 연령적으로는 197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이겠네요?
김 :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586 선배들로부터 심하게 말하면 “집에서 젖이나 더 먹고 와라”는 식의 취급을 받는다고 합니다.
공 : 1990년대 초반 학번이면 지금은 나이로는 거의 50입니다. 옛날 같으면 손자 볼 때입니다.
김 :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내일모레면 50줄에 접어드는 사람들이 구상유취 취급을 받는 것이요.
야당 정치인 시절의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정권의 철권통치에 맞서서 신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설 때 그들의 나이는 아직 40대 초중반이었다. 당시 유진산 총재 등 당의 원로급 인사들이 DJ와 YS를 향해 “젖비린내가 난다”고 야유를 퍼부었지만, 실제로 양김이 어려 보여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일종의 정치적 견제구였을 따름이다. 반면에 지금의 586 세대는 그들 후배들을 실제로 미덥지 못한 어린아이로 여기는 풍토다.
김 : 물론 충분한 능력을 갖췄음에도 여태껏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평가되지 못한 586 세대들도 분명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 입장에서는 586 세대를 겨냥해 후배 세대가 퇴진을 요구하는 게 무척이나 섭섭하고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시적 시각에서 전반적으로 조망해보면 우리 사회의 권력과 영향력이 586 세대에게 과도하게 편중돼 있는 사실만큼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더 늦기 전에 개선되어야만 하고, 더 늦기 전에 개선이 되려면 586 세대의 양보와 자기희생이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공 : 하지만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예에서 뚜렷이 보듯이 대부분의 586들은 “우리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는 투의 반응을 보이며 2선 후퇴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습니다.
김 : 저는 586 세대의 정치적 의의와 기여를 철저하게 부인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그들의 역할 공간이 우리 정치에 필요한 지점이 어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국회의원의 경우 3선 의원이나 4선 의원 정도 되어야 ‘늘공’들에게 농락당하지 않습니다.
공 :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관료들이 초재선 의원을 자기 맘대로 갖고 놀 수 있는 주머니 속의 공깃돌쯤으로 무시해온 게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김 : 중진 의원들은 늘 공무원이기 마련인 전문 기술관료(Technocrat)들의 기득권 논리와 사적인 욕망에 웬만해서는 휘둘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국회의원을 오래했다고 무조건 교체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이제는 중진 의원의 반열에 들어선 586 세대 정치인들의 독점적 주도권은 그러한 순기능을 상쇄하고도 남을 지경으로 그 역기능이 커지고 말았습니다. (②편에서 계속됨…)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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