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키비아데스는 가산을 급히 정리해 서쪽으로 이주했다. 목적지는 검푸른 흑해 바다를 북쪽으로 내려다보는 비티니아 지방이었다. 그리스 세계의 패권을 장악한 스파르타가 눈엣가시인 알키비아데스를 그냥 놔둘 리 없었기 때문이다. 허나 워낙 허겁지겁 짐을 꾸리느라 미처 챙기지 못한 상당량의 귀중품은 그가 떠난 빈집을 털은 트라키아 주민들의 차지가 되었다.
알키비아데스는 오래전부터 테미스토클레스를 사표로 삼아온 터였다. 테미스토클레스는 그리스를 구원한 살라미스 해전의 영웅이면서도 나중에 페르시아에 귀순했었다. 알키비아데스는 페르시아 국왕의 힘을 빌려 라케다이몬인들을 혼쭐내기로 결심했다.
아르타크세르크세스와 접견하려면 파르나바조스에게 다시금 몸을 의탁해야만 했다. 두 사람의 모진 인연이 또다시 시작된 연유였다. 파르나바조소는 둘 사이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알키비아데스를 태연히 받아들였고, 아테네의 한때의 기린아는 조금의 미안한 표정이나 겸연쩍은 기색조차 없이 옛 페르시아인 친구의 두 손을 꽉 부여잡았다.
스탈린이 트로츠키를 끝까지 추격해 살해했듯, 스파르타도 알키비아데스를 늙어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사진은 러시아 내전 당시에 적군 지휘관으로서 작전구상에 몰두하는 트로츠키의 모습 (출처 구글)
아테네를 정복한 스파르타의 장군 리산드로스는 패전국의 정체(政體)를 민주정에서 귀족정으로 뜯어고치는 데 착수했다. 그 결과 등장한 기형적 정치구조가 30인으로 구성된 과두정치 체제였다.
중우정 시대의 아테네인들은 똥과 된장을 먹어본 다음 그 맛을 구분할 수 있을 만큼 무지하고 어리석어진 상태였다. 스파르타인들이 턱밑에 들이 밀은 분뇨를 억지로 떠먹은 후에야 그들은 알키비아데스가 젖 반, 꿀 반의 걸출한 인물이었음을 비로소 제대로 인식하고 인정했다. 아테네는 알키비아데스만 돌아온다면 패전의 치욕과 과두정의 굴레로부터 곧바로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알키비아데스는 아테네인들에게는 희망의 원천이었지만, 새롭게 아테네의 실권자로 부상한 귀족정의 지도자들과 그들의 배후조종자이자 후견인 격인 스파르타에게는 시름의 근원이자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러자 30인 위원회의 한 명인 크리티아스가 리산드로스에게 이참에 화근을 확실히 뿌리 뽑을 것을 제안한다. 그는 아테네의 귀족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스파르타의 지배적 지위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려면 알키비아데스를 제거하는 게 급선무라고 외국인 침략자를 충동질했다. 때마침 스파르타 본국에서도 리산드로스에게 은밀히 특명이 내려왔다. 더 늦기 전에 알키비아데스를 처치하라는 훈령이었다.
알키비아데스의 살해를 사주한 크리티아스는 소크라테스의 내로라하는 제자 출신이었다. 알키비아데스 역시 소크라테스의 애제자였음을 감안하면 그는 동문수학한 학우의 등에 비수를 꽂은 셈이었다. 멕시코까지 자객을 보내 기어이 트로츠키를 끝장낸 스탈린이 죽은 희생자와 동갑내기였음을 고려한다면 또래집단이나 동년배들 간에 형성된 증오심은 그 어떤 적개심보다 질기고 강한 듯싶다.
일각에서는 알키비아데스가 젊은 처자를 능욕했다가 그녀의 남자형제들에게 보복살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알키비아데스는 화간을 일삼는 바람둥이였을지언정 인면수심의 성폭행을 불사하면서까지 육욕을 채우는 비열한 색마는 아니었다.
플루타르코스가 묘사한 알키비아데스의 최후는 일본 전국시대를 대표하는 무장인 오다 노부나가의 마지막을 방불하게 했다. 오다는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혀 “적은 혼노지에 있다”는 회한 섞인 절명의 말을 유언처럼 남기고 그를 급습한 아케치 미쓰히데 휘하의 병사들과 분연히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불타 죽었다.
알키비아데스는 정부인 티만드라와 함께 프리기아에 소재한 자택에 머물고 있다가 암살자들의 습격을 받았다. 살인을 의뢰한 자는 당연히 리산드로스와 크리티아스였다. 피해자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청부업자는 파르나바조스의 동생 마가이오스와 숙부인 수사미트라스였다. 두 사람이 이끈 수십 명의 킬러들은 알키비아데스의 저택을 포위하고 건물에 불을 질렀다. 파르나바조스마저 암살 음모에 가담했거나 최소한 용인한 사실을 깨닫고 이에 분노한 알키비아데스는 그를 죽이러 찾아온 무리를 향해 홀로 칼을 뽑고서 달려들었다.
알키비아데스의 위세에 눌린 암살자들은 멀리서 활과 화살을 쏘아 그를 마침내 쓰러뜨렸고, 불타는 건물더미에 깔린 알키비아데스의 시신은 시커먼 숯덩이가 되고 말았다.
번제당한 인간제물의 죽음을 확인한 암살범들이 모두 사라지자 티만드라는 알키비아데스의 불탄 주검을 수습해 엄숙하고 성대하게 장례식을 치렀다. 그녀는 본디 시칠리아로 이민을 떠났던 그리스인의 후손이었다.
고인의 장례를 방해하는 세력이 없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범인들은 알키비아데스에게 특별한 개인적 원한은 없었던 모양이다. 암살자들 나름대로 깔끔한 일처리였다. 열정과 야심으로 똘똘 뭉쳐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당대 제일의 유명한 풍운아의 삶은 가는 곳마다 파란과 염문을 불러온 그의 살아생전의 곡절 어린 이력과 어울리지 않게 지극히 실무적으로 마감되었다.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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