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16일 밤 서울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이 광화문과 청와대로 행진을 이어가려다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했다.
이날 저녁 7시부터 서울광장에서는 4·16 세월호가족협의회와 4·16 연대 주최로 '세월호 참사 1주기 약속의 밤' 추모행사가 열렸다.
광장에는 주최측 추산 6만여명(경찰 추산 1만 명)이 모여 발언과 추모영상 상영, 공연 등의 희생자 추모 행사를 진행했다.
충돌은 오후 8시쯤 '약속의 밤'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을 이어가면서 시작됐다.
미리 광화문과 청계천 일대에 1만여명을 배치한 경찰은 행진하는 시민들을 막았다.
서울광장에서 덕수궁 대한문을 거쳐 광화문 방향 차로 전체를 점거하고 이동하는 수천명의 시민들에게 경찰은 "도로 점거 행진은 사전 신고되지 않은 불법 집회"라며 해산 명령을 발표하는 동시에 통제를 시작했다.
유가족들은 행진에 앞장서 "진실을 인양하라", "시행령을 폐기하라", "실종자를 가족 품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추모행사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국화 한 송이씩을 머리 위로 들고 뒤를 따랐다.
차벽을 세우는 데는 버스 40~50대와 트럭 10여대를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 가로막힌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와 언쟁을 벌이거나 폴리스라인 너머로 물건을 던지는 등 몸싸움을 벌였다.
대학생 행진단을 중심으로 한 일부 대열은 경찰 통제가 미치지 못한 구간을 찾아 행진을 강행했다.
청계천 우회로를 따라 행진한 이들은 광교와 장통교, 삼일교를 거쳐 종각역, 인사동, 조계사 등으로 나아가는 동안 경찰과 대치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차벽을 타고 올라가 통제선을 넘어가며 저항했고 경찰은 9시50분쯤 이들에게 최루액(캡사이신)을 살포하며 대응했다.
행진단은 "평화행진 보장하라", "폭력경찰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체포 과정에서 서울지방경찰청 31기동대 소속 이모(32)경사가 실신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이 경사는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화문 누각 앞에 도착한 유가족 50여명과 대책회의 관계자 등 400여명은 밤 10시40분부터 철야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오전 1시30분쯤부터 유가족들의 농성을 미신고 불법집회로 간주하고 자진해산 요청을 중단했다.
이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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