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공장폐쇄’한 특등 머저리들

공희준 기자

등록 2025-08-02 21:48

송지연 작가의 신간 서적인 「공장폐쇄」는 윤석열 정권이 김어준 총수 한 명을 쫓아내려고 공영방송 하나를 통째로 거덜 내는 잔인하고 야만적 과정을 소상하게 기록하고 있다.“2022년 12월 30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사라진 날이다. (중략) 우리는 그것을 ‘종영’이라 부를 수 없었다. 편성의 자연스러운 끝맺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명백히 권력이 내린 결정이었고, 서울시가 예산을 무기 삼아 공영방송을 무너뜨린 조치였다.”


송지연 전국언론노동조합 TBS 지부장이 쓴 책 「공장폐쇄(도서출판 새빛 발행)」의 본문 서두에 실린 내용을 옮겨봤다. 송 지부장은 노조원이기 이전에 TBS 교통방송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이었던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제작하는 작가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송지연 지부장의 「공장폐쇄(부제 : TBS와 뉴스공장을 위한 변명)」는 작게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강제로 종방되는 황당한 과정을, 크게는 공중파 라디오를 중심으로 공영방송의 중요한 한 축 역할을 맡아온 TBS가 빈껍데기로 무력화되는 처절한 사정을 베테랑 방송 작가다운 섬세한 시선과 꼼꼼한 필치로 기록해놓은 울림 있는 역작이다.


그런데 송지연 지부장도 미처 몰랐을 후일담이 하나 있다. 지금은 내란수괴 범죄자로 전락해 의왕구치소의 독방에서 볼썽사나운 속옷 차림으로 농성 중인 윤석열이 간발의 차이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고 얼마 후인 2022년 어느 늦은 봄날, 필자에게 한 통의 휴대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이다.

 

전화를 걸어온 인사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가까운 관계에 있는 국민의힘의 어느 당직자였다. 그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거취를 교통방송 내에서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물었다. 아마도 오 시장 측의 밀명 아닌 밀명을 받고 새로운 집권세력에게는 눈엣가시와도 같은 짜증 나는 존재였던 김어준 총수를 어찌 처리해야만 하는지에 관한 시중 여론을 취합하는 모양이었다. 해당 당직자는 필자가 나름 김어준 전문가임을 익히 알고 있는 터였다.


김어준 전문가는 게 별 게 아니다. 딴지일보 창간 초기에 김어준과 함께 활동했다면 무조건 김어준 전문가를 자처해도 무방하다.


왜냐?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면 민주개혁 진보진영의 큰 별 김어준은, 부정적으로 총화한다면 돈과 권력에 환장한 선동가 겸 음모론자 김어준은 얼굴 전체가 지저분한 수염으로 덮인 외면적 모습으로나, 세상의 흐름을 신속하게 포착해 이를 확대·증폭시키는 내면적 재능으로나 딴지일보 창간 초기를 즈음해 이미 거의 완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어준 총수 또한 그와 같은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는지 딴지일보 초창기에 그와 같이 일했던 사람들을 무척이나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더욱이 나처럼 딴지일보를 위해 일해주고서 제대로 인건비를 받지 못한 이들은 김어준에게 더욱더 경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계속 프로그램 진행하게 놔두세요. 출연료도 건드리지 말고요. 마치 서커스단의 사자나 호랑이처럼 길들여놓으면 총수는 그야말로 이빨 빠진 맹수처럼 되어 새 정부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합니다.”


나는 이와 같은 취지로 답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해당 당직자는 합리적 방안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오 시장도 속으로는 비슷한 견해를 품고 있다고 넌지시 귀띔해주었던 듯하다.


김어준은 그 누구도 그를 죽일 수 없는 맹수이다. 죽일 수 없는 맹수라면 철창으로 지어진 튼튼한 우리 속에 가눠놓는 게 상책이다. 죽일 수도 없는 맹수를 당장 꼴 보기 싫다고 우리 밖으로 쫓아내면 무슨 사태가 빚어지겠는가? 곳곳에서 호환이 일어나면서 인심이 흉흉해지고, 사회가 불안해진다. 인심이 흉흉해지고 사회가 불안해지면 그 최종적 책임은 결국에는 당대의 집권층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툭 까놓고 말해보자. 김어준이 교통방송에서 쫓겨나면 그냥 손가락 빨며 하릴없이 굶을 인물인가? 당연히 자신의 독자적인 방송 플랫폼을 구축할 테고, 출범 단계에서야 며칠 고생이야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교통방송에서 출연료로 받았던 돈보다 더 많은 액수의 큰돈을 벌 게 뻔하다. 더욱이 돈도 돈이지만, 권력의 부당한 핍박을 받았다는 순교자의 서사까지 가미됨으로 말미암아 김어준의 권위와 영향력은 종전과 비교해 훨씬 더 막강해질 게 자명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김어준을 교통방송으로부터 기어이 추방하는, 즉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조업을 마침내 인위적으로 중단시키는 소탐대실의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오세훈은 영악하고 약삭빠른 정치인이다. 그는 김어준과의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일종의 평화공존을 바라는 눈치였다. 오세훈이 김어준과의 평화공존을 모색했다면 김어준 역시 오세훈과의 적대적 공생을 능글맞게 추구했으리라. 이유는 간단하다. 오세훈도 프로 선수고, 김어준도 프로 선수다.

 

그러나 판은 돌이킬 수 없이 엎어졌다. 원숙한 프로들의 세계에 희대의 무식한 초짜 아마추어인 윤석열과 김건희 부부가 거칠게 난입한 탓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국민의힘 당대표 자리에서 무자비하게 숙청한 결정이 권성동과 정진석 단위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한다면 삶은 소대가리가 앙천대소할 노릇이리라. 동일한 이치로, 김어준 총수를 교통방송에서 무지막지하게 하차시키는 조치가 서울시 수준에서 확정된 일이라고 믿는 인간이 있다면 특등 머저리일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다. 2022년 12월 30일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사라진 날이다. 동시에 김어준이 윤석열 정권과 죽기 살기로 싸우겠다고 이를 악물고 결심한 날이기도 하다. 김어준은 TBS에서 편안하게 출연료를 받아가던 시절에 단연하건대 단연 퍼져 있었다. 독기도 없고, 똘기도 없었다. 청취율이 압도적으로 잘 나오는 유명하고 편파적인 방송의 불공정한 진행자일 뿐이었다.


동물원에서 사육사들이 던져주는 맛있고 풍성한 고기 맛에 길들여 있던 김어준은 교통방송에서 쫓겨난 다음 오랫동안 잊고 있던 야수적 사냥 본능을 완벽하게 회복하고 만다. 윤석열 정권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김어준이 딴지일보 초기의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실험정신마저 덤으로 되찾았다는 점이었다. 큼지막하게 틀린 여론조사 결과를 종종 내놓아 망신살이 요란하게 뻗칠지언정 김어준이 설립한 「여론조사 꽃」은 윤석열과 김건희 부부 덕분에 김어준 내부에서 소생된 과감한 실험정신의 결실이었다.


죽일 수 없는 맹수를 죽이려 들면 어떻게 되느냐? 맹수에게 물려 되레 치명상을 입는다. 작년 12월 3일 심야의 친위쿠데타 당시 윤석열이 고등학교 직계 선배이자 최측근 똘마니인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에게 지시해 김어준을 체포한답시고 딴지일보 사무실로 계엄군 병력을 출동시킨 행동은 맹수에게 물려 죽지 못해 안달이 나버린 어리석은 광인만이 감히 저지를 수 있을 기념비적인 진상 짓거리였다.


그 기념비적 진상 짓의 결말은 옥중에서 온갖 비루한 추태를 일삼는 윤석열의 근황이 적나라하게 웅변하고 있다. 윤석열이야 남자이니 속옷 시위라도 서슴없이 벌이겠으나, 김건희는 도대체 뭘 믿고 저리 버티는지 모르겠다.


김어준 축출의 경위와 「뉴스공장」 폐지의 전말은 정권 교체를 계기로 그 진상이 곧 드러날 터이다. 그와 관련된 책임자들은 각자의 상응한 죗값을 치를 전망이다. 관건은 비판적 방송에 대처하는 권력의 지혜롭고 성숙한 자세일 테다.


오세훈은, 오세훈을 물밑에서 집요하게 압박했을 윤석열과 윤석열 배후의 김건희는 김어준과 뉴스공장을 타도의 대상이 아닌 극복의 대상으로 여겼어야만 옳았다. 극복의 대상으로 간주하면 상대방의 장점을 흡수해 더 나은 대안을 창출하는 법이다. 윤석열 정권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능가할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할 인력과 자원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윤 정권은 정확히 그 반대의 길로 폭주했다. 그들은 국민의힘이 다수당 위치를 차지한 서울시 의회를 움직여 김어준과 교통방송을 군사작전식으로 통째로 싹쓸이하려는 매우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이는 김어준을 잠시 괴롭히는 대가로 그를 길게 흥하게 만드는 전대미문의 자충수였다.


교통방송은 머잖아 정상화될 것이다. 그렇지만 김어준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가 교통방송에 의지하던 때와 견주어 유튜브에서 더 큰 재미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남한의 보수세력은 배부른 김어준이 스스로 알아서 퍼지는 경우만 하염없이 수동적으로 기다려야 하는 옹색한 처지로 내몰렸다.


김어준을 대체할 새 빛줄기는 김어준보다도 몇 배는 더 야성과 패기가 흘러넘치는 아직은 무명일 젊디젊은 맹수로부터 비롯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 기존의 망한 보수와 맛 간 진보 전부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일 젊고 사나운 야수의 소재지를 빨리 수소문해야겠다. 확실히 빨대 꽂게.


공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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