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의 말말말(言言言)

공희준 기자

등록 2025-07-12 21:35

일본인 같지 않은 일본인 오타니 쇼헤이


오타니의 어록을 담은 책인 「오타니 쇼헤이의 말」은 인프라 타령만 해대는 한국의 기성 야구인들과 금배지에만 안주하는 국민의힘 안의 친윤 떨거지들을 향해 뇌성벽력 같은 죽비소리를 시원하게 날리고 있다. 저자는 쿠와바라 테루야, 역자는 정상우, 도서출판 오픈하우스 발행. 가격 1만 7,000원우리나라에서 일본인을 높이 평가하는 일은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르는 행동이다. 한일 관계의 역사적 특수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민족은 바다 건너 이웃 나라 일본으로 말미암아 형언하기 어려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햇수로 8년에 다다른 조일전쟁 과정에서는 막대한 인적 희생과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왜군에게 살해당한 조선 백성의 신체 일부분을 잘라내 묻어놓은 귀 무덤은 일본의 잔인성과 야만성을 증명하는 생생한 징표로 남아 있다.


1875년 9월 20일 강화도 앞바다에 운양호(운요호)가 돌연히 등장한 때부터 시작해 1945년 8월 15일에 일왕 히로히토가 라디오 방송으로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는 시점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한반도가 감당해야만 했던 거의 모든 비극과 치욕과 혼란의 원인 제공자였다. 만으로 70년이 다 돼가는 남북한 분단체제의 뿌리 역시 일제 강점기에 있음은 물론이다.


윤석열 정권이 몰락한 중요한 이유들 가운데 하나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를 몰각한 데 있다. 윤석열이 전면에 나서서 막무가내식으로 자행한 친일 뉴라이트스러운 갖가지 망동들이 집권세력에 대한 민심의 전면적 이반에 톡톡히 일조한 탓이다. 압권은 윤 정권이 펼친 외교 안보 정책의 실질적 최고 기획자이자 최종 집행자였던 김태효가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는 망언을 태연히 늘어놓은 순간이었다. 이때 수많은 국민이 충격과 분노로 들끓었다.


윤 정권을 실패로 이끈 일등공신들 중 한 명일 김태효가 특검 조사에서 윤석열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진술을 했다고 한다. 윤석열의 격노가 해병대 채 상병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은폐하려 정권 차원에서 꾸민 거대한 음모의 출발점이자 방아쇠였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 지독한 무더위에 가마솥처럼 설설 끓고 있을 의왕 구치소의 세 평 남짓한 독방에 갇혀 있는 윤석열이 김태효가 그의 뒤통수를 쳤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무척이나 궁금한 사람이 단지 필자 혼자만은 아닐 터이다.


그런데 일본과의 악연이라면 전 세계에서 단연 첫째가는 국가일 대한민국 땅에서 유독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일본인이 있다. 바로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이다.


나는 야구 전문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오타니가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이른바 ‘이도류’로 조국인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데 뒤이어 야구의 본고장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돈과 인기를 몰고 다니는 슈퍼스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다. 오타니가 그만큼 유명하다는 뜻이다.


오타니가 일본의 가해와 한국의 피해로 점철된 양국 간의 불행한 과거사를 얼마나 명징하게 인지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확실한 점은 그가 자신같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국적의 야구 선수들에게 매우 친절하고 우호적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키움 히어로즈에서 빼어난 타격 솜씨와 발군의 수비력을 과시하며 맹활약한 김혜성은 오타니의 열렬한 환대를 받으면서 미국 프로야구 전통의 명문구단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입단했다. 오타니가 김건희와는 정반대의 단아한 몸가짐으로 세인을 놀라게 했던 그의 예비신부를 대중과 언론에 최초로 공개한 장소도 공교롭게 한국 땅이었다. 이쯤 되면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을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으로 인도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경우처럼 오타니에게도 명예 대한민국 시민권을 부여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싶다.


오타니는 실력과 인성은 정비례함을 웅변하는 선수이다. 그는 자기 팀 더그아웃에서는 동료 선수들에게 일일이 물을 따라주곤 한다. 상대 팀 투수가 타자를 위협하는 공을 의미하는 빈볼을 던지면 불같이 화를 내는 대신에 이를 악물고 참는 모습이 드물지 않게 목격된다. 실제로 투구에 맞았을 때는 본인이 느꼈을 격심한 육체적 통증을 참아가면서까지 양 팀 선수들의 물리적 충돌을 가리키는 벤치클리어링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내로라하는 스포츠 스타들은 주옥같은 불후의 명언을 남기는 사례가 잦다. 축구 신동 마라도나는 손으로 골을 집어넣고는 나중에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될 ‘신의 손 발언’을 천연덕스럽게 해댔다. 주먹만큼이나 입심도 남달랐던 권투 영웅 무하마드 알리는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고 떠벌이고서는 숱한 경쟁자들을 사각의 링 안에 때려눕혔다.


이제는 전설이 된 알리와 마라도나와는 달리 오타니는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현역 선수이다. 타석에서는 홈런왕이자 도루왕인 또 다른 이도류 신화를 창조하며 공포의 1번 타자로 변함없이 군림해온 오타니는 팔꿈치 부상에서 마침내 회복해 투수로 다시 마운드에 서게 됐다. 투타 병행의 명실상부한 이도류가 본격적인 재가동에 돌입한 셈이다.


도전정신 없는 ‘윤도류들’의 집합소 국민의힘 의원총회


오타니는 기록 제조기이자 어록 제조기이다. “남이 버린 쓰레기를 줍는 일은 행운을 줍는 일”이라는 말은 타인들이 보내는 호기심 반, 의구심 반의 눈초리를 무시하며 오래전부터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고 다닌 내게 벅찬 연대감과 동지의식을 안겼다. 필자는 오타니가 세상에 태어난 해인 1994년보다 훨씬 이전부터 길거리는 물론이고 산이나 바닷가에 가서도 남들이 함부로 버린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수거해왔다. 그동안 적립된 행운이 오타니에게처럼 내게도 대박의 잭팟을 터뜨려줬으면 좋겠다.


「오타니 쇼헤이의 말(도서출판 오픈하우스 발행)」은 실력과 인격, 행운과 인복을 모두 가진 오타니가 했던 인상적 말들과 함께 그러한 말들이 나왔던 사회적 배경을 해설한 책이다. 일본의 경제경영 평론가 쿠와바라 테루야가 엮고, 카피라이터 출신 정상우가 번역한 이 책에는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판치고, 긍정적 전망보다는 부정적 예측이 기승을 부리며, 희망보다는 절망이 횡행하는 한국과 일본 양국 사회 전부에 강력한 울림을 주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쇠퇴하는 경제와 줄어드는 인구, 그리고 나빠지는 생태환경으로 인해 국가적 차원에서 오늘날 심각한 걱정과 짙은 고민에 휩싸여 있다.


오타니는 부드러우면서도 분명하게 말한다. “이도류는 나만의 것이 아니다”라고. 오타니가 어떻게 해서 최강의 타자이자 동시에 최고의 투수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그의 원래 소속팀인 일본햄 구단, 정확히는 쿠리야마 히데키 감독의 제안 덕택이었다. 이는 당사자인 오타니조차 그전에는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획기적 발상이었다. 오타니가 누린 행운의 고갱이는 알고 보면 그의 재능을 통찰력 있게 알아봐 주고 인내심 있게 키워주려는 주변 인물들이 베풀어온 후덕한 인복에 있었다.


지금은 스포츠에서도, 범위를 확장하면 정치권과 기업에서도 즉시 전력감만 찾기 일쑤다. 장기적 투자 없이 당장 영양가를 뽑아먹을 수 있는 사람만을 물색하고 선호하는 풍토이다.


그러니 풍부한 잠재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인재들이 제대로 등장하고 성장할 기회가 좀체 주어지지 않는다. 단기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잔기술 또는 잡기술에 능한 그저 그런 범재들만 대량으로 양산되기 마련이다. 결과는 참혹하다. 세대교체의 부재가 야기하는 사회의 ‘총노쇠화’ 현상이다.


일례로 윤석열 정권의 조기 패망과 국민의힘의 때 이른 정권 상실은 여당과 내각과 대통령실의 총노쇠화가 초래한 필연적 참사였다. 진즉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어야 마땅할 늙은 전직 판검사들, 그것도 시대착오적이고 보수반동적인 극우이념과 반공주의에 찌들 대로 찌든 대구경북 태생의 법꾸라지들이 정권의 중추를 이뤘으니 3년 내내 타자들은 황당한 헛스윙만, 투수들은 한심한 폭투만을, 야수들은 어이없는 실책만을 끊임없이 남발하다 최고 권력자가 한 번은 공수처에 의해, 한 번은 특검에 의해 두 번이나 구속되는 희대의 추태를 연출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도류 신화는 오타니가 마지막일까? 당연히 아니다. 오타니는 “나는 너무 놓은 곳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라는 자아비판 아닌 자아비판을 토로했다.


이 강렬한 성장 욕구를 그는 제2, 제3의 오타니를 꿈꾸며 야구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무수한 숫자의 후배들에게 심어주었다. 어린 선수들에게 강렬한 성장 욕구가 없다면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허구한 날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해온 돔구장을 전국에 수십 개를 건설해도, 우리나라에 고교야구팀이 일본처럼 수천 개가 생겨나도 한국 야구에는 투타 겸업의 이도류는커녕 1루에 진루하는 즉시 대주자로 교체돼야만 하는 반쪽짜리 뚱보 선수들만 즐비해지리라.


또다시 정치 이야기다. 윤석열과 김건희 부부 옆에 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어 호가호위를 일삼으며 편안하게 기득권을 만끽해온 권성동과 권영세, 나경원과 윤상현, 박수영과 이철규, 송언석과 김정재 부류의 소위 친윤 떨거지들은 여태껏 정치를 하면서 단 한 차례라도 진짜로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내 가슴에 금배지 한 번 더 달면 장땡이라는 식의 저열하고 비루한 목표만 늘 고집해온 게 아닌가?


오타니는 언제나 크고 광활한 무대를 바라본 덕에 오타니가 되었다. 국민의힘의 기득권 영남 친윤들은 오직 대구경북의 협소하고 왜곡된 지역 여론만 신경 쓴 탓에 한동훈의 통렬한 지적대로 작금의 친윤 떨거지들이 돼버렸다.


그러므로 아직은 젊은 청년인 오타니 쇼헤이의 성숙하고 반듯한 얘기들에 진심으로 낮고 겸손한 태도와 자세로 귀를 기울이며 그동안 자신의 잘못 살아온 인생에 대해 땅을 치며 후회하고 반성해야만 인간들이 단연 압도적으로 많은 곳은 단언하건대 지금의 국민의힘 의원총회일 것이다.


공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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