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는 ‘법비 엔터테인먼트’인가
하이브가 하니의 한국 체류 자격을 문제 삼는 방식으로 민희진 전 하이브 대표와 그와 운명을 같이하기로 결단한 뉴진스를 동시에 공격한다면 이는 방시혁 회장에게는 자신의 진보적 과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일 수가 있다. (이미지는 뉴진스의 홀로서기와 관련된 소식을 보도한 SBS 서울방송 뉴스 화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내란 수괴 피의자 윤석열이 한남동의 대통령 관저로부터도 곧 쫓겨날 처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우리나라 현직 대통령에 대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청구한 체포영장이 서울지방법원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의해 2024년 12월 31일 수요일 오전 발부됐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추방이 있다. 정당한 추방과 부당한 추방이다.
아담과 하와는 사악한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었다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 정당한 추방이었다. 윤석열은 야밤에 대규모 무장병력을 동원해 불법 친위 군사쿠데타를 일으켰다가 머잖아 대통령직에서 쫓겨나게 생겼다. 이 또한 올바르고 응당한 추방일 터이다.
이와 대외적으로 부당한 추방 사례도 존재한다. 정유재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선조의 시샘과 간신배들의 모함을 받아 삼도수군통제사를 억울하게 삭탈관직당하고 백의종군했던 사태가 잘못된 추방의 대표적 사례일 테다. 그때로부터 수백 년이 경과한 오늘날에는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입국한 외국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을 기업주들이 편리하고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으로 무리하고 불합리한 강제퇴거 즉 강제추방이 빈번하게 사용되곤 한다.
회사 측의 폭압적 추방 조치의 표적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명성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유명 아이돌 스타라고 하여 예외가 아니다. 하이브 엔터테인먼트로부터 홀로서기를 선언한 뉴진스의 구성원들 가운데 한 명인 하니 팜도 하이브의 계열사인 어도어 측이 비자 연장을 동의해주지 않으면 조만간 한국을 떠나야만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변호사도, 법무사도 아니다. 대중정치나 선거운동에 필요한 메시지를 쓰는 사람이다. 변호사와 법무사는 수시로 육법전서를 들춰보며 서면을 작성하지만, 나처럼 각종 메시지 작성이 주업인 이들은 역사와의 대화를 자주 시도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더는 현직 판검사도, 현직 변호사도, 현직 법무사도 아닌 인물들이 뻔질나게 육법전서를 펼치며 쉬지 않고 잔머리를 굴리면 뭐가 되느냐? 윤석열 유형의 비루하고 교활한 법비로 타락해 나라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종국에는 자기 자신까지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뉴진스의 독립선언에 대처하는 하이브의 자세는 영락없는 이른바 법비(法匪)들의 저열하고 위선적인 행태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뉴진스가 팬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면, 하이브는 법원을 향해서만 구시렁대는 모양새인 탓이다.
민심이 두렵고 여론이 무서운 법비들에게 재판정은 언제나 최후의 도피처 구실을 해왔다. 하이브가 한국 사회를 곳곳에서 현란한 법기술로 좀먹고 있는 법꾸라지들의 대본영 격일 김앤장의 힘을 빌리는 순간 하이브에 더해 방시혁 회장마저 상식과 원칙의 가치를 믿는 대다수 평범하고 정상적인 시민들과 확연히 척을 지고 말았다.
하이브 수뇌부는 뉴진스 중에서 강제추방의 공포에 시달릴 수 있는 하니를 가장 약한 고리로 여길지 모른다. 하이브가 하니에 대한 강제추방 드라이브를 신호탄으로 삼아 뉴진스에 대한 각개격파 작전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나는 월남인의 후예인 하니가 아주 심각한 범죄적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않는 한에는 한국 땅에서 소위 까방권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하니는 물론 현재 대한민국 영토에 머무르고 있는 거의 모든 베트남, 곧 월남 출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일이기도 하다.
연예 재벌 방시혁 이전에 진보 대학생 방시혁이 있었다
「전투감각」은 현역 군인들에게는 실제 전투현장에서 적을 신속하게 타격·제압할 수 있는 전투감각을 길러주는 책이다. 반면, 일반인들에는 월남에 대한 부채의식을 다시금 깨우쳐준 서적이었다.
이 책에는 저자가 1969년 10월경에 겪은 슬프고 비통한 사건이 진솔한 어조로 기록돼 있다.
1969년은 미국 태생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서 인류 최초로 달에 발걸음을 내디딘 해였다. 바로 그해에 인도지나 반도의 무성한 정글 속에서는 수만 명의 한국 청년들이 뱀과 전갈과 무수한 해충들에 시달리며 월남인들과 싸우고 있었다. 월남에 간 국군 장병들이 교전해야만 했던 월남인들은 군인과 민간인이 마구 뒤섞여 있었다. 저 엄혹한 일제 강점기에 일본 침략자들에게 분연히 맞서서 항일무장투쟁을 맹렬하게 전개했던 독립투사들에게는 마치 전투원과 비전투원의 구분이 없었던 것처럼.
책의 저자는 휘하의 중대원들을 이끌고 베트콩을 격멸하기 위해 매복을 나갔다. 대원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로잡은 적군(?)은 마이라는 이름을 가진 어느 젊은 여인이었다. 울창한 정글에서는 소리만 나도 무조건 선제사격을 가해야 했고, 따라서 아군에게 접근하는 인간의 정체와 신분을 정확히 식별할 틈이 허락되지 않았다.
총상을 심하게 입은 여인을 간호하면서 매복작전을 계속 수행했더니 얼마 후 남자 하나가 나타났단다. 사내는 우리 병사들이 설치한 지뢰를 밟고 즉사했다. 남자의 소지품을 확인해보니 총상이 악화돼 죽은 마이 여인의 남편이었다. 사라진 아내를 애타게 찾아 헤매다가 차가운 주검이 되고 만 남편의 호주머니에서는 부부가 어린 아들과 딸을 데리고 생전에 함께 찍은 단란한 가족사진이 발견됐다고 한다. 참으로 비극적 장면이었다.
책의 저자는 너무나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에 부부를 나란히 합장해준 다음 명복을 빌며 졸지에 부모를 잃은 아직 나이 어린 남매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고 한다.
월남전에 파견된 국군 지휘관들은 인명을 살상하는 작업에 전문적으로 특화된 노련한 직업군인들이었다. 그런 훈련되고 냉혹한 직업군인들의 일원조차 본인의 회고록에서 그때의 참상을 솔직히 토로할 정도로 한국이란 나라는 월남인들에게는 철저한 가해국이었다.
마이 여인의 자녀들이 「전투감각」 저자의 간절한 바람대로 무사히 자라났다면 지금쯤 뉴진스 하니의 부모 세대의 연령대에 다다랐을 것이다. 승리한 월맹 진영에 섰건, 패망한 남베트남을 편들었건 간에 월남전은 한국과 미국 등의 외세의 개입만 없었다면 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던 전쟁이었다.
21세기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시대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로 말미암아 재격화될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패권경쟁에도 불구하고 세계화의 도도한 흐름에는 본질적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화 시대는 지구촌이 단일한 공급망과 하나의 소비시장으로 묶이는 시대를 뜻한다. 더 많은 한국인이 외국에 나가 일감을 찾고, 더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와 일거리를 구한다. 음극과 양극이 바쁘게 뒤얽힌 그와 같은 상황과 구조에서는 차별과 소외의 주체와 객체가 실시간으로 변환되는 법이다.
우리는 한국인이 외국에서 차별받고 소외당한 소식을 들으면 분노한다. 일본에서 한국인들이 차별받고 소외당했다는 얘기를 접하면 특히나 더욱더 분노한다. 월남인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월남인들이 외국에서 차별받고 소외당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응당 분노한다. 한국에서 생활하고 활동하는 자국인들이 차별받고 소외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월남인들은 더더욱 크게 분노한다. 이 모두가 우리나라가 과거에 월남에서 행했던 모진 업보들 탓이다.
하이브는 김앤장에 더 많은 수임료를 얹어주고 민희진을 겨냥한 전방위적 압박의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 자사의 홍보팀에 새로운 인력을 대거 추가해 뉴진스를 흠집 내는 언론플레이를 가일층 강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니의 한국 체류 자격을 치졸하게 볼모로 잡아선 결코 안 된다.
방시혁 회장은 한때 대한민국 대중문화계의 이름난 진보 인사였다. 학창 시절과, 하이브가 주식 대박을 터뜨리기 이전 시기의 방시혁은 박정희 정부의 월남 파병 결정을 용병 장사로 욕했으면 욕했지, 두둔하지는 않았으리라. 하니를 불법 체류자로 신고해 혼쭐을 내주자는 아이디어를 하이브에서 다른 임직원들은 몰라도 방시혁만은 고려해서도, 입에 올려서도 절대 안 되는 것이다. (④회에서 계속됨…)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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