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론들의 호들갑스러운 보도와는 다르게 트럼프를 둘러싼 소위 사법 리스크는 미국 대선의 판도에 근본적 변동을 아직은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이미지는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재판 소식을 다룬 채널A 뉴스 화면
인류 문명에는 세 개의 법정이 유구하게 존재해왔다.
첫째는 실정법에 근거하여 운영되는 일반적 개념의 법정이다. 둘째는 여론으로 시시비비가 가려지는 민심의 법정이다. 셋째는 후세의 사가들에 의해 잘잘못이 판가름 나는 역사의 법정이다.
쿠바의 혁명가이자 정치가인 피델 카스트로(1926~2016)는 젊은 시절에 독재를 일삼아온 바티스타 정권 타도를 목적으로 쿠바 동남부에 위치한 몬카다 병영을 기습했다. 현지시간으로 1953년 7월 26의 일이었다.
체계적인 군사훈련을 받지 않은 소수의 유격대원들로 정부군의 주요 기지를 대담하게 습격한 이 무모한 작전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고 카스트로는 며칠 후 군경에 체포돼 법정에 서게 된다. 피고인석에 선 그는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는 유명한 사자후를 남겼고, 그로부터 만으로 불과 6년도 채 경과하지 않은 1959년 1월 1일,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지휘하는 혁명군은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입성해 국가권력을 정식으로 접수했다.
카스트로처럼 역사의 법정에서 승소할 것임을 믿고서 행동하는 사례는 극히 예외적 경우에 속한다. 대다수 범인(凡人)들은 타인과의 분쟁과 갈등에 연루될 때 역사의 법정이 개정되기를 기다릴 소명감과 인내심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들은 보통 삼심제로 이뤄지는 소송 절차를 통해 승리하기를 바란다. 문제는 법원 판결에 의존하려는 세간의 심리에 직업정치인들까지 덩달아 휩쓸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가 현재 지구촌 여러 나라, 특히 한국과 미국에서 유달리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다.
정치의 사법화 현상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끔 필자 나름대로 요령껏 설명해보련다. 정치적 반대파나 경쟁자에게 투표장 대신에 재판정에서 이기려고 획책하는 비뚤어진 풍조가 다름 아닌 정치의 사법화이다.
비유하자면, 권투선수가 사각의 링 안에서 상대방과 정정당당히 주먹을 교환하지 않고 야밤에 상대 선수의 자택에 사복 차림으로 조용히 찾아가 초인종을 누른 다음, 별다른 경계심 없이 현관문을 열어준 집주인의 머리통을 갑자기 빈 맥주병으로 세게 내리치는 것과 마찬가지일 아주 비겁하고 졸렬한 싸움의 방식이 정치의 사법화라 하겠다. 이런 무도하고 야만적인 권투선수가 만약에 실제로 있다면 복싱계에서 즉시 영구퇴출감임은 당연하다.
현 정권의 위기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집권세력의 핵심적 구성원들이 20대 대선이 마무리된 후인 지난 2년간 민심의 법정에서 승리하는 과제에는 좀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그들은 거의 시종일관 실정법상의 법원에서의 승리에만 골몰해왔다.
집권세력 수뇌부는 외견상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주일에 몇 차례씩 재판 때문에 법원을 들락거리고 있으며, 조국 혁신당 대표는 1심에 뒤이어 2심인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는 박근혜식 화법으로 묻고 싶다. “그래서 총선은요?”
법원에서의 연전연승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에 무려 175석의 엄청나고 압도적인 국회 의석을 내주고 말았다.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살벌한 복수전을 공공연히 벼르고 있는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급하게 창당된 혁신당이 비례대표 투표만으로 원내에서 두 자릿수 의석수로 약진하는 사태를 지금의 여권은 막지 못했다.
민주당의 역대급 대승과 혁신당이 토해낸 기염은 현대 대의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의 진정한 승리란 법원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투표장에서의 승리로 일궈내는 것임을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계기로 다시금 확인시킨 셈이다. 민심이야말로 최종적이고 최상위의 판관인 이유다.
승리의 여신이 유권자의 품 안에 머물고 있음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오죽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의 형사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성추문 입막음’ 시도를 필두로 그에게 제기된 34개 혐의 전체에 대해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평결을 받았음에도 당사자인 트럼프는 물론이고 경쟁자인 조 바이든 현 대통령마저 진짜 판결은 올해 11월 실시될 예정인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내려질 것이라고 이야기했겠는가?
바다 건너 일본 정계에서는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정치인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정치인이 아니다”라는 의미심장한 우스갯소리가 오래전부터 널리 회자돼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용산 대통령실과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어떤 모습이었는가? 미운 놈을 선거에서 떨어뜨리려는 노력은 하는 둥 마는 둥이었다. 검찰과 법원의 힘을 빌려 정적을 손쉽게 제거하려는 데만 골몰하는 양상이었다. 만약 응징하고 싶은 대상이 이준석 전 대표처럼 여당 내부 인사일 적에는 당의 윤리위원회를 동원해 찍어내기 바빴다.
나는 윤석열이 이준석을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떨어뜨리는 형식으로 정리했다면 여당에서 쫓겨난 이준석이 과연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해 금배지까지 달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윤석열이 이준석을 ‘당무의 사법화’로 몰아낸 사건은 후자에게는 나중에 전화위복이 되었다. 반면, 전자에게는 결국에는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돼버렸다.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에게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부분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법정에서의 승리를 추구하는 방법으로 정부여당의 전방위적 공세에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에게 최고의 방탄은 그가 지난 대선에서 약 1,640만 표를 얻었다는 사실이다. 이재명은 이러한 민심의 방탄을 도외시하고 그를 공판에서 변호해온 율사들을 대거 공천하는 ‘법조의 방탄’을 선호하는 경향을 드러냈다. 현직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민심의 법정을 방기하고서 육법전서의 법정으로 달려가니 정치의 총체적 실종은 필연이었다.
민심의 법정에서의 승리가 먼저임을 몸소 증명한 인물은 정작 뜻밖에도 정치권 바깥에서 발견된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그들이다.
민희진과 노소영은 평판에서의 일방적 우위를 바탕으로 재판에서도 이겼다. 평판 관리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상태로 재판에서의 승리에 주력해온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최태원 SK 그룹 회장과는 확연히 대조를 이루는 투쟁 전략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는 최태원 회장과 방시혁 의장의 길을 어리석게 답습하고 있는가? 아니면, 노소영 관장과 민희진 사장의 성공모델을 영리하게 벤치마킹하고 있는가?
한동안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땅콩 회항 사건이 발생하자 불리하고 적대적인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릴 생각은 전연 하지 않고 오로지 법률적 대응만을 고집했던 대한항공 사주 일가의 오판과 착각을 꼬집은 「평판사회」라는 제목의 책이 나온 지 벌써 10년 가까이 흘렀건만 여야를 막론한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의 평판 관리 수준은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다. 다른 세계는 어떨지 몰라도 정치의 세계에서 평판은 길고 재판은 짧다.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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