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지금처럼 잃어버린 상황에서는 영일만에 140억 배럴이 아닌 1,400억 배럴의 석유가 실제로 묻혀 있어도 이란의 팔레비 왕조가 걸었던 불운한 말로를 피해가기 어렵다. 이미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첫 국정 브리핑 소식을 보도한 SBS 서울방송 뉴스 화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우리에게는 세 가지 꿈이 있었다.
우리 가족의 꿈은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우리 민족의 꿈은 남북한이 통일되는 것이었다.
우리 경제의 꿈은 한국도 산유국이 되는 것이었다.
내 집 마련의 꿈은 더는 보편적이지 않다. 서울을 진원지로 하여 집값이 급등한 탓이다.
남북한 통일의 꿈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는 남한의 보통 사람들은 물론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마저 영원히 분단된 채로 살자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꿈들 가운데 아직껏 그나마 비교적 의연히 건재한 소망은 우리나라에서도 석유가 생산되기를 바라는 산유국의 꿈이다. 대한민국의 산업시스템이 여전히 다량의 화석연료를 소모하며 돌아가는 구조인 데다, 우리나라가 원유 공급을 주로 의존하는 중동 지역의 정정이 벌써 수십 년째 불안정한 연유에서이다. 1970년대에 닥친 두 차례의 오일쇼크는 1950년에 발발한 6ㆍ25 전쟁과 1997년에 터진 외환위기 사태와 더불어 현대 한국인을 수시로 가위눌리게 만드는 세 개의 집단적 트라우마의 원인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취임 2년 만에 첫 번째로 개최된 국정 브리핑에서 들뜬 표정으로 자랑스럽게 발표했을 때 지금처럼 차분하다 못해 아예 냉소적이기까지 한 반응을 대다수 국민이 보인 일은 무척 놀라운 사건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의 기대 섞인 바람대로 영일만에서 기름이 펑펑 쏟아져 나와도 이보다 더 놀랍진 않을 성싶다.
윤 대통령은 이제 단지 산업통상자원부의 시추 계획을 승인하는 결정을 내렸을 뿐이다. 영일만과 인근 해역에 실제로 경제성과 채산성이 담보되는 양과 질의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이 부존할지는 국내외 기술진이 합작해 여러 군데에서 땅속 깊숙이 시추공을 뚫어봐야 확실하게 가늠할 수 있다.
한 개인이 복권판매점에서 구입한 천 원짜리 로또 한 장이 꽝이 나도 적잖이 아쉽고 허탈한 법이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국가 예산을 투입해 시추 작업을 벌였건만 별다른 성과물을 거두지 못한다면 민심의 후폭풍은 A급 태풍의 위력으로 윤 대통령을 위시한 현재의 집권세력을 후려칠지 모른다. 정부여당이 그야말로 이솝 우화 속의 양치기 소년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필자는 일각에서 의심 어린 눈길을 보내는 것처럼 윤석열 정권이 국면 전환의 불순한 목적 아래 오랜 국민적 염원인 산유국의 꿈을 낡은 캐비닛에서 느닷없이 꺼내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더욱이 20퍼센트로 추산되는 시추 성공률이 무조건 비관적 확률도 아니다. 일례로 지금은 두산 베어스 구단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는 라이온킹 이승엽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리그(KBO)의 현역 선수로 활동할 당시 476개의 홈런을 외야 펜스 너머로 날려 보내기 위해 무려 7천 번이 넘게 방망이를 들고서 타석에 서야만 했었다.
그렇다면 마침내 한국도 번듯한 산유국으로 도약해 오랜 세월 간절히 고대해온 에너지 자립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역설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왜 민심은 마치 불법 다단계 판매 조직의 호객꾼을 마주한 것 같은 불신 가득한 회의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이미 공자가 수천 년 전에 명쾌하게 제시해놨다.
공자는 제자인 자공이 정치의 요체가 뭔지를 묻자 식량을 풍족하게 저장하고, 군대를 충분히 양성하며, 백성들의 공고한 신뢰를 유지하는 데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제공은 스승이 방금 열거한 요소들을 중요하지 않은 순서대로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부터 내버려야 할지를 물었다. 공자는 군주는 일단은 우선 군대를 포기해야 하고, 다음에는 식량을 내버려야 한다고 답변하면서, 그럼에도 백성의 믿음만은 어떻게든 반드시 지켜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뢰가 없으면 그 어떤 나랏일도 온전히 이뤄낼 수가 없다”는 뜻을 지닌 저 유명한 고사성어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유래이다.
이는 윤석열 정권에게는 엄청 뼈아픈 경고일 테다. 윤 대통령이 공정을 말하면 민심은 영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봐주기 수사를 이내 뇌리에 떠올린다. 정부여당 구성원들이 상식을 얘기하면 시민들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대하는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석연치 않고 몰상식한 행태를 곧장 머릿속에 그리게 된다.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잃으니 국정동력이 생겨날 리가 없고, 정부 정책에 여론의 지지가 따라올 턱이 없다.
국민이 대통령을 믿지도, 신뢰하지도 못하는 상황은 국민의 불행이기 이전에 대통령 본인의 불행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와 믿음을 되찾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바닷물 밑의 수천 미터 땅속을 고가의 첨단 시추선을 동원해 파헤치는 것과는 달리 돈도 거의 들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연관된 의혹들을 규명하고,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과정의 의문점들을 밝히는 데 전폭적으로 협조하면 된다. 국민은 석유 채굴에 앞서서 진실이 발굴되길 바라고 있다. 만약에 공자가 환생한다면 필시 필자의 주장과 동일한 취지의 조언을 윤 대통령에게 간곡하게 들려줬을 터이다. 어째서? 무신불립이니까!
이란의 팔라비 왕조는 석유가 고갈된 탓에 몰락하지 않았다. 민중의 믿음을 상실했기 때문에 무너졌다.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1919~1980)가 가족들을 이끌고 황급히 비행기를 타고서 해외로 망명하는 바로 그 순간에조차 이란군은 이슬람권 최강의 군대였고, 이란 정부가 운영하는 페르시아만의 유전들은 검은 진주를 쉬지 않고 콸콸 토해냈다. 동아시아 최정예 육군 보유국이자 머잖아 산유국의 대열에 어깨를 나란지 할지도 모를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이 수유도 잊지 말았으면 하는 세계사의 엄중한 교훈이다.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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