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의 민심을 얻지 못한 권력자들 사이의 약속과 합의문은 한낱 휴짓조각에 불과함을 세계사는 웅변하고 있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사이의 한미일 정상회담 결과물 역시 그와 같은 운명을 피해가기 어렵다. 이미지는 한미일 3각 외교 관련 소식을 전한 YTN 뉴스 화면
“국정운영의 기조와 방향은 옳지만, 태도와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3대 보수일간지가 며칠 전 취임 2주년을 맞이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내린 평가는 대체로 이처럼 요약된다. 그런데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언론의 윤석열 평가에는 중대하고 본질적인 불일치(Mismatch)가 교묘하게 은폐돼 있다. 이들이 옳다고 가리킨 대상과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대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조중동이 옳다고 칭찬한 분야는 경제 및 외교와 관련돼 있다. 태도와 방법론의 측면에서 잘못됐다고 비판한 부분은 윤석열 정권이 정치와 언로를 다루는 방식과 연관돼 있다. 대기업과 부유층에 주로 이익이 돌아가도록 설계되고 운용돼온 경제 정책과, 미국과 일본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외교안보 정책에는 별다른 하자가 없다는 게 지금의 한국 보수진영이 현 정권을 바라보는 전반적 시각인 셈이다.
특정 정권에 관한 호오는 평가 주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리곤 한다. 당신이 영남에서 나고 자라 현재 서울 강남에 자리한 값비싼 대형 평수 아파트에 거주하는 부유한 노인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이 세종대왕에 버금갈 성군으로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제는 자신의 이익이 곧 타인의 손해를 뜻하는 제로섬 게임이기 마련이고, 사회구성원 전부를 만족시키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경제 정책은 오로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법이다.
경제 정책과 견주어 외교 정책은 다양하고 광범위한 각계각층의 국민들 간에 일정한 정책적 합의와 정서적 공감대를 도출하는 일이 비교적 수월할 수가 있다. 일례로, 한국과 일본 양국의 축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예선전 같은 중요한 국제경기에서 격돌하면 도곡동의 랜드마크인 타워팰리스에서도, 가리봉동의 허름한 고시원에서도 한국팀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지기 일쑤다.
이러한 광경에서 뚜렷이 확인되듯 한국은 내정과 외치의 기계적 분리가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이다. 그러므로 윤석열 정권이 내치는 헤맬지언정 외교는 잘한다는 보수적 담론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생각일지 모른다.
한국에서 외교전문가로 활동 또는 행세하는 교수와 관료와 연구자들의 대부분은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왔다. 미국은 자기 스스로를 세계(World)로 여기는 자의식 과잉의 나라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우승팀을 가리는 7전 4선승제의 챔피언 결정전이 거창하게도 ‘월드 시리즈’로 불려온 까닭이다.
그러니 자국을 세계로 인식하는 대다수 평범한 미국인들이 해외 문제에 관심이 있을 리 만무하다. 양차 세계대전과 월남전과 걸프전, 그리고 2001년 초가을 발생한 9ㆍ11 테러 사태 등의 극히 이례적 경우를 제외하면 미국에서 외교는 수도 워싱턴의 연방 상하원 건물 안팎에 포진한 극소수 전문가들만의 폐쇄적 영역이자 고유한 업무로 여전히 의연하게 남아 있다.
우리나라 국가 경제의 특성을 ‘소규모 개방경제’로 비장하게 규정해온 당사자들은 출세와 성공을 꿈꾸며 더 나은 스펙을 쌓고자 태평양을 건너가 ‘미국=세계’로 기꺼이 가스라이팅을 당한 미제 석박사 학위 소지자들이었다.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해외 문제가 곧바로 국내 문제로 고스란히 전이된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발생한 충격파를 여유롭게 흡수해줄 맷집 좋은 장대한 체구를 갖추지 못한 탓이다.
대외변수로부터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소규모 개방경제로 한국을 습관적으로 정의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내정과 외치가 별개로 돌아가는 미국식 세계관을 뼛속 깊이 체득한 사람들이 대한민국 외교 정책을 오랫동안 좌지우지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테다.
필자는 한국 외교 정책의 진로와 지향점에 미주알고주알 훈수를 두는 보수적 관점의 평론과 칼럼들을 기성 언론 지면에서 읽을 때마다 정신이 분열되는 듯한 심리적 고통에 시달린다. 유수의 대학에 교수로 적을 두고 있는, 또는 내로라하는 정부출연 기관이나 민간 연구소에 전문가로 몸담은, 아니면 전ㆍ현직 고위 외교 관료의 명찰을 주렁주렁 단 한국사회의 이름난 외교안보 석학들의 눈에는 윤석열 정부가 작금에 직면한 궁지와 위기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웃한 일본이 이미 수십 년간 겪어온 장기침체의 입구에 막 들어선 한국의 암울한 현실이 눈에 띄지 않는 기색이다.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대한민국의 대외정책 방향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라는 요구이고, 둘째는 남한이 이제는 번듯한 강대국으로서 지구촌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윤석열 정부와 집권 국민의힘이 22대 총선에서 참패한 주요한 원인의 하나로 꼽히는 게 지나친 미일 편중 외교다. 중국과의 교역이 우리 경제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중국 포위망의 완성을 목표로 하는 한미일 동맹의 하위 동무(Partner)로 한국이 완전히 편입되면 그 후과를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대책과 해법은 한미일 동맹 숭배자들에게 없다.
대한민국이 국제무대에서 정치와 경제와 군사 방면에 걸쳐 두루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야 누가 반대하겠는가? 허나 출산율이 급속히 저하돼 기존의 군부대들이 병력 부족으로 차례차례 해체되는 나라가 무슨 수로 명실상부한 강대국의 지위를 어떻게 계속 유지해나갈 수 있겠는가? 몸은 서울의 연구실에 있으면서 영혼은 미국의 어느 싱크탱크 안에 있는 게 윤석열 정부가 다른 건 다 깽판을 쳤어도 외교만은 선방했다고 주장하는 한국의 주류 국제관계 전문가들이라 하겠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권 시절 외치를 고려하지 않는 맹목적 내정을 밀어붙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시도 때도 없이 틀어댄 「죽창가」는 우물 안 세계관의 압축판이었다. 윤석열 정권에 들어와서는 방향을 180도로 선회해 우리나라 국민의 민심은 안중에도 없는 공허한 빈껍데기 의전 외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각자의 나라에서 여론조사 지지율이 바닥을 기는 바람에 지금 당장 정권이 붕괴돼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윤석열, 조 바이든, 기시다 후미오 세 정치인이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항구적이고 영원불변한 한미일 3국 강철동맹의 성립을 선포하는 모습은 한 편의 어이없는 허무 개그였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치의 실패를 오랫동안 덮어줄 성공적 외교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수정돼야 마땅할 터이다.
“국정 운영의 기조와 방향은 글렀지만, 태도와 방법은 더 글렀다”고.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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