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성사에 걸림돌로 지목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정치 전면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는 1970년대 초반의 남북 대화 국면에서 북한의 대남 강경파들이 일제히 사라진 일을 연상시킨다. 이미지는 이재명 대표와 원희룡 전 장관의 국회의원 후보자 토론회 소식을 다룬 채널A 뉴스 화면
통일부는 작년 여름인 2023년 7월, 박정희 정부 시절이었던 1970년대에 남북한 사이에 이뤄진 정치 분야 회담과 관련된 방대한 분량의 문서들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을 비밀리에 방문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김일성의 대리인 자격으로 만난 김영주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은 1968년 연초에 발생한 1ㆍ21 사태가 북한 정권 내부의 좌경맹동주의자들이 저지른 소행이었다고 해명하며 박 대통령에게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해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일성의 친동생이기도 한 김영주는 이러한 사과의 메시지와 함께 박정희 대통령의 목숨을 노리고 김신조를 비롯한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소속 무장공작원 31명을 남한으로 침투시킨 대남 강경파가 이미 숙청됐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후락의 회고에 의하면 나중에 그를 직접 만난 김일성 또한 1ㆍ21 청와대 습격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는 것이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남한의 현직 대통령을 해코지하려는 목적으로 대규모 특수부대를 휴전선 이남으로 잠입시키는 천인공노할 도발 행위가 김일성의 사전 인지와 최종 결재 없이 입안ㆍ실행됐을 리는 만무하다.
독재자는 여간해서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기 마련이다. 김일성이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식으로나마 잘못을 실토한 행동은 사회주의 종주국인 소련과 공산주의 대국 중국 간의 대립이 무력충돌로까지 치닫는 와중에서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 정권의 숨통을 트려는 고육지책이었다. 피해자 입장이었던 박 대통령이 가해자인 북한 최고존엄의 비공개 사과를 흔쾌히 수용하면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3대 원칙에 기초한 역사적인 7ㆍ4 남북공동성명 체결을 향한 길이 마침내 열리게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번째 영수회담을 둘러싼 후일담이 벌써부터 세간에 무성하다. 보통의 후일담은 특정한 사건이 일어난 후 꽤 오랜 기간이 지난 다음에야 발설되는 법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이 개최되고 이제 고작 열흘 정도가 흘렀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이런저런 뒷얘기가 후일담 형태로 성급하게 난무하는 양상이다.
이와 같은 설익은 후일담은 함성득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혁백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자기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각각 대리하는 밀사로 활약하며 영수회담 성사에 크게 일조했다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한 데서 그 씁쓸한 뒷맛이 극치에 달했다.
함 원장은 윤 대통령과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이웃이었다고 한다. 문제의 아파트 단지는 김건희 여사 명의의 집이 있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추정된다. 임 교수는 22대 총선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을 만큼 이 대표와 각별하고 밀접한 친분관계를 유지해왔다. 영수회담을 물밑에서 조율할 비선 노릇을 하기에 양자 공히 외견상 제격이다.
권력자의 밀명을 띠고 모종의 중책을 수행한 것을 세상에다 요란하게 자랑하고 싶은 것은 인간 고유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리라. 한마디로 인지상정이다. 그러한 욕구와 충동을 이 악물고 충분히 억누를 만한 투철한 인내심과 보안의식을 갖춘 인사를 밀사로 택하는 건 유능한 정치 지도자가 반드시 가져야 할 중요한 선구안이다. 지금의 밀사 커밍아웃 소동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사람 보는 안목은 별로라는 사실만을 다시금 드러내고 만 셈이다.
그런데 필자가 진심으로 딱하게 생각하는 인사는 따로 있다. 김일성에게 토사구팽당한 북한의 좌경맹동주의자들의 처지와 비슷한 신세가 졸지에 돼버린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윤 대통령 측은 차기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를 불편하게 할 만한 인물을 대통령실 인선에서 배제하겠다는 의사를 영수회담의 의제와 조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 측에 선제적으로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올해 4월 10일 실시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궤멸에 가깝게 참패하며 여당과 행정부와 대통령실을 망라한 여권 전체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된 터이다. 무기력과 침체에 빠진 용산 대통령실의 분위기를 일신할 유력한 대안으로 원희룡 전 장관이 도처에서 하마평에 올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원희룡 비서실장론은 며칠 만에 조용히 사그라졌다. 원희룡은 재작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의 발목을 결정적으로 잡았던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 비리 의혹의 일타강사를 자임하며 대선 기간 내내 이재명을 시종일관 집요하게 괴롭혔다. 그는 요번 총선에서는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하며 이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 을 선거구에 등판을 자원했다. 이재명으로서는 원희룡이 어쩌면 시도 때도 휴전선 철책을 뚫고 내려오는 북한 무장공비처럼 징그럽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과거에 김일성은 대남 강경파가 남북 대화의 진전을 방해하는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여겨지자마자 주저 없이 그들을 정리ㆍ제거했다. 현재의 윤석열 대통령은 국면 전환과 민심 수습의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이 서기 무섭게 원희룡 비서실장 카드를 즉각 폐기ㆍ백지화한 모양새가 되었다.
남북관계가 다시 냉각되면서 북한의 대남 강경파는 대거 복권되었다. 일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여야의 정쟁이 재차 격화되면 원희룡에게도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이 주어질까?
원희룡 전 장관에게 몹시 불운한 구석이 있다면 윤석열 대통령도 그를 찾지 않지만, 국민들도 원희룡의 근황에 좀체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장래에 원희룡이 본인의 사반세기 정치 인생을 총화할 경우 계양에서 이재명을 잡는 데 실패한 게 일시적인 전술적 패배로 남는다면, 전국적 차원에서 여론의 호감을 사는 일에 실패한 상황은 항구적인 전략적 패배로 기록될 듯하다.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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