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올바름’에 이의 있습니다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의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추대는 여당이 갇혀 있는 깊고 좁은 우물 위에 큼지막한 뚜껑을 덮는 일밖에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황우여 비대위 출범을 맹렬히 비판한 소식을 보도한 JTBC 뉴스 화면
윤석열 대통령 취임 2년 만에 처음으로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여야 영수회담이 열렸다. 일각에서는 ‘영수회담’이 권위주의적 표현이라며 그 사용을 일부러 금기시하는 듯한 분위기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에서 유래한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한국 주류 진보진영의 편집증적 집착은 한마디로 난센스라 하겠다. 왜냐? 정치적 올바름에의 과도한 맹종은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블랙코미디 같은 광경을 수시로 연출해왔기 때문이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 전부 내로라하는 다선 중진 국회의원들조차 공천권자 앞에만 서면 오금을 펴지 못하고 벌벌 떠는 봉건적 위계질서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한답시고 영수회담을 다른 용어로 순화(?)하려는 섣부르고 교조주의적 시도는 한국 정치권의 비민주적이고 시대착오적 민낯을 도리어 은폐해주는 역할을 할 위험성이 크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의 130분간에 걸친 영수회담은 예상대로 참가에 의의를 두는 올림픽 정신으로 충만한, 소문만 요란한 행사가 되고 말았다.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홍수피해 구호 활동 중 순직한 채 모 상병 특검법 등의 주요 쟁점 사항들과 관련해 유의미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양측의 첨예한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을 뿐이다.
물론 두 사람에게 두루 쏠쏠한 소득은 있었다. 윤석열은 그를 짙게 둘러싼 오만과 불통의 이미지를 약간은 희석시키면서 총선 참패로 적잖이 이완된 국민의힘에 대한 장악력을 회복할 물리적 시간을 벌었다. 이재명은 지난 24개월 동안 윤석열이 만끽해온 시행령 통치로 대변되는, 행정권력의 일방적 우위 구도에 종지부가 찍혔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며 자신이 다음번 대선 경쟁에서 당분간 확실한 선두주자로 치고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일회성 이벤트로 그칠지, 아니면 정례화ㆍ상시화 단계로 격상되면서 실질적 여야 협치를 뒷받침하는 플랫폼 구실을 톡톡히 해줄지는 현재로선 정확하게 전망하기 어렵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대목은 적대적 두 진영이 갑작스러운 데탕트(Détente,), 즉 화해 국면에 진입하면 얼마 후 양쪽 내부에서 친위체제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점이다.
일례로, 1970년대 초반 박정희 정부와 김일성 정권이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3원칙을 기조로 하는 7ㆍ4 남북공동성명을 채택하기 무섭게 남한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종신집권을 제도화한 서슬 퍼런 유신독재 체제가 강행ㆍ확립되었다. 북한에서는 주체사상을 통치이념으로 담은 사회주의 신헌법이 도입ㆍ제정되면서 김일성이 사실상의 총통직인 주석 자리에 올랐다.
민주당은 ‘찐명’ 박찬대 의원을 경선 없이 원내대표에 추대하려는 기세이다. 국민의힘은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를 새로운 비상대책위원장에 박수로써 추대했다. 윤석열-이재명 영수회담이 내전 수준으로 줄달음치고 있는 여야의 대립과 갈등을 과연 성공적으로 완화해줄지는 미지수이다. 반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각자의 세력권을 확고하게 평정ㆍ통제하는 데는 가려운 등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효자손 노릇을 요긴하게 해주는 모양새이다.
‘NO’라고 말하지 못해온 황우여
여야가 영수회담을 내부 결속용 용도로 똑같이 활용하고 있다면 민심의 시선에 더 한가하고 하릴없는 인물로 비칠 사람은 윤석열과 이재명 가운데 누구일까? 당연히 전자, 곧 윤 대통령일 터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붕에서 비가 한두 방울 똑똑 세는 정도의 처지라면, 국민의힘은 당장 건물 전체가 통째로 폭삭 무너져 내려도 전연 이상하지 않을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인 까닭에서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언론보도에 의하면 황우여 전 대표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옹립하며 이와 같은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고 한다.
① 전당대회를 공정하게 관리할 사람이다
② 당과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다.
③ 덕망과 신망을 갖춘 사람이다.
황우여 전 대표가 현실 정치인으로서 남긴 유일한 업적이 있다면 지금부터 10년 전에 당대표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고 물러났다는 것쯤으로 평가된다. 그 비결은 황우여가 윗선의 의중에 고분고분 순종하는 전형적인 관리형 대표였다는 데 있다. 국민의힘의 급속하고 극적인 몰락이 용산 대통령실의 부당한 지시와 불합리한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수직적 당정관계에서 비롯됐음을 감안하면 윤재옥은 헛다리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셈이다. 이게 황우여의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첫 번째 결격사유이다.
두 번째 결격사유는 윤석열 정권이 심각하게 빠져 있는 확증편향과 편중인사를 황우여는 부추기면 부추겼지 바로잡을 적임자는 아니라는 데 있다. 이러한 확증편향과 편중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출신의 나이 많고 보수적인 부유한 남성들이 당과 정부와 대통령실의 요직을 거의 독차지한 현상에서 기인하고 있다.
황우여 또한 서울 법대 나온 보수적인 전직 판사 출신의 정치인이었다. 역시 서울 법대 졸업한 판사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 황우여에게는 화양연화의 호시절이었다. 황우여의 여당 비대위원장 취임은 윤석열 정권 사람들이 단체로 유폐돼 들어간 깊고 어두운 우물 위에다 그야말로 큼지막한 뚜껑까지 덮는 격이라 하겠다.
세 번째 결격사유가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으로 이는 첫 번째 결격사유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윤재옥은 황우여를 전당대회를 공정하게 관리할 분으로 추켜세웠다. 국민의힘이 이준석 전 대표가 강제로 축출된 이후로 어째서 공정한 전당대회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가?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으로 통칭되는 그 심복들에 의해 공정과 상식의 가치가 철저하게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민의힘에는 윤석열을 향해 단호하게 “NO!”라고 일갈할 수 있는 용감하고 소신 있는 사람이 당의 간판이자 사령탑으로 절실하게 필요하다. 필자가 아직 식견이 짧은 탓인지 몰라도 황우여 전 대표가 과거 이회창 총재에게, 이명박과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게 분연히 “아니오!”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여태껏 들은 바가 없다.
위기에 직면한 조직과 집단이 죄다 망하는 것은 아니다. 허나 위기의식이 부재한 국가와 민족은, 기업과 정당은 단 한 건의 예외 없이 머잖아 모조리 종말을 고했음을 인류의 장구한 역사는 상기시켜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위기의식이 없어도 너무나 없다. 2024년 4월 29일 화요일 오늘은 여야 영수회담에서 이재명 대표가 시종일관 여유만만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납득이 가는 하루였다.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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