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북쪽으로 야속하게 가버린 고속도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요 며칠 동안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친정을 요란하게 두둔한 행동은 본질적으로 국민의힘 차기 대선후보 경쟁에서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기 위한 고도의 노림수로 분석되고 있다. 사진은 어느 행사장에서 웃고 있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모습 (사진출처 : 국토교통부 공식 누리집)
필자의 지인들 가운데 한 분이 경기도의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치단체장 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때였다. 지인으로부터 선거운동에 필요한 홍보용 메시지에 관한 조언을 듣고 싶다는 연락을 받은 나는 그가 출마하려는 경기도의 한 중소도시에 들렀다. 팔당호수를 바로 남쪽으로 바라보고 있는 곳이었다.
“똑같은 평수에 똑같은 브랜드의 아파트인데도 한강을 사이에 두고서 남쪽과 북쪽의 집값이 1억 원 이상 차이가 납니다.”
지인은 강 건너 하남시와 자신이 출마를 염두에 둔 지역의 부동산 가격 차이를 외지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이렇게 간략히 요약했다. 땅값을 중심으로 한 강남과 강북의 경제력 격차는 서울시 경계를 벗어나도 의연히 유지되는 구도였다. 그는 한수 이북에 자리한 경기 북부권의 상대적 낙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다양한 정책들을 진지하게 고민해온 터였다.
지인은 40대 젊은 시장이 되겠다던 꿈을 결국 접고 말았다. 군소 야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서 당세가 나날이 위축되던 지인의 소속 정당이 역시나 하루하루 당력이 쪼그라들던 또 다른 군소 정당과 합당하는 형태로 사실상 해체된 탓이었다. 당시는 문재인 정권 출범 초기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여파로 제1야당에서 집권여당의 지위로 손쉽게 올라선 더불어민주당이 일당독재를 방불하게 하는 무소불위의 압도적 우위를 과시하던 무렵이었다.
이제는 정치권을 완전히 떠나 평범한 생활인으로 돌아간 지인과 관련된 일화가 갑자기 떠오른 까닭은 서울과 양평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노선 변경 파문이 가라앉기는커녕 되레 일파만파로 확산돼가는 데 있다. 급기야 상황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문제의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전면적으로 백지화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서울과 직통하는 고속도로의 개통이 오랜 숙원사업이었을 다수의 양평군민들 입장에서는 이보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도 드물 듯싶다.
애초 양평군 양서면으로 계획됐던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이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친정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토지와 직선거리로 불과 500미터 가량 떨어진 강상면 모처로 수정되는 과정에 어떤 인물들이 개입하고 어떠한 외압이 가해졌는지 일반 국민은 정확히 알 도리가 없다. 확실한 부분은 상세하고 구체적인 진실은 빨라도 윤석열 정권 임기 말기에나 그 윤곽을 드러낼 것이란 점이다.
그럼에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무지 납득하기 힘든 석연치 구석이 하나 있다. 서울과 양평을 잇는 고속도로를 거액의 국가 예산을 들여서 건설하는 중요한 동기의 한 가지는 국토의 균형적 발전에 있으리라. 그러한 균형발전에는 한강을 경계로 사회경제적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경기 북부와 경기 남부의 균형발전도 응당 포함되리라.
언론에서 보도된 변경된 노선의 제일 치명적 맹점은 팔당호를 기준으로 한강 북쪽으로 가려던 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돌연 한강 남쪽으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서울에 빗대면 용산구와 성동구를 통과할 예정이던 신규 지하철 노선이 서초구와 강남구 땅밑을 횡단하는 것으로 돌연히 바뀐 셈이다. 야당과 여러 진보 매체들이 ‘김건희 일가’로 지칭하는 현재의 영부인 친정이 하필이면 양평군의 한수 이남 구역에 수천 평에 달하는 규모의 토지를 매입ㆍ보유하고 있으니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민심의 술렁거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원희룡, 여권의 후계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다
이번 소동으로 김건희 여사는 모양새가 크게 구겨졌다. 기득권 카르텔 분쇄를 새롭고 야심 찬 국정 목표로 외쳐온 윤석열 대통령은 어디 가서 말발을 세우기 곤란해졌다. 야당을 근거 없는 괴담이나 상습적으로 유포하는 사악한 선동꾼 집단으로 매도하던 집권 국민의힘은 고작 영부인이나 시쳇말로 무지성으로 옹호하는, 러시아의 바그너 그룹만도 못한 일개 용병집단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러나 집권세력 전체에 그늘만 드리운 것은 아니다. 사방에 먹구름이 가득한 와중에도 혼자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곳도 있다. 남들이 비 맞은 생쥐 꼴이 됐는데 나 홀로 유유히 일광욕을 즐기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정권에게는 자산이자 부채 같은 존재다. 영부인과 그의 친정 식구들을 둘러싼 기기묘묘하고 불미스러운 일련의 의혹들은 검찰총장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크나큰 장애와 부담이 되었다. 반면, 김건희 여사가 지닌 두둑한 배포와 승부사 기질, 그리고 김 여사가 나이 많은 남성 노인들이 많은 전통적 보수층에 행사하는 여성적 매력과 아름다움은 윤 대통령에게는 결핍된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정권에 보충해줬다. 그러므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에서 영부인 보위는 정부여당 구성원들의 기본 의무이자 정규 일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상태다.
그렇지만 영부인의 친정을 제 이름 드러내놓고 앞장서서 방어해주는 행동은 세간에서 윤핵관으로 불리는 인사들조차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해왔다. 윈희룡 장관은 재야(?)의 극우 유튜버들이나 할 법한 김건희 여사 처가 감싸기를 일국의 국무위원 자격으로 분연히 감행했다는 측면에서 김건희 여사에게 단단히 눈도장을 찍었다고 하겠다.
원희룡은 지금껏 본인의 개인기에 의존해 약진해왔다. 대장동 일타강사를 자임한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원희룡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달리 독불장군 유형의 인간은 아니다. 단지 든든한 후견자를 마련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 따름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이 촉발한 여야의 갈등과 정치권의 공방은 원희룡이 김건희를 믿음직한 정치적 후원자로 확보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학력고사 전국수석의 위업을 이룬 지 40년 만에 원희룡은 최고권력자의 수석 호위무사로의 성공적 탈바꿈을 마침내 완료했다고 하겠다.
퇴임 이후의 안전을 지켜줄 후계자를 누구로 정할지는 역대 모든 대통령들에게 취임식 당일부터 시작된 골치 아픈 난제였다. 전두환은 신뢰했던 육사 동기동창생 노태우에 의해 백담사로 유배를 당했고, 김영삼은 삼당 합당을 함께한 동지인 노태우를 종국에는 감옥으로 보냈다. 김대중의 새천년민주당은 후임자인 노무현의 묵인 아래 깨졌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이러한 역사적 선례들을 모를 리 없다. 더욱이 친윤세력 중에는 마땅한 유력 대선주자가 좀처럼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 순간 김건희 여사의 친정을 철통방어하기 위해 온몸을 신속히 내던진 원희룡의 영리한 움직임은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순위에서 하위권에 머물던 그를 단숨에 최상위권으로 도약시켰다. 전국수석다운 빠른 두뇌회전이 낳은 성과라 하겠다. 유일무이한 김건희계 대선후보로 거듭난 원희룡의 건투를 빈다.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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