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케네디 대통령 암살과 더불어 베트남 전쟁이 전면적으로 비화됐듯이, 페리클레스의 사망을 계기로 아테네는 시칠리아 원정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미지는 베트남 전쟁을 다룬 할리우드 전쟁영화 「플래툰」의 포스터)
알키비아데스는 스파르타 대표단의 뒤통수를 쳐서 아테네의 세력권을 신장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공적 분야에서 그는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해낸 훌륭한 애국자였다.
반면에 그는 사생활에서는 타의 모범이 되기가 어려웠다. 사치와 방탕은 기본이었고, 입고 다니는 복장은 영락없는 제비족이었다. 알키비아데스의 문란한 사생활에 질겁한 점잖은 명망가들은 그를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괴물로 여겼다.
대중의 시선은 달랐다. 그들은 알키비아데스의 행동을 치기 어린 유쾌한 일탈쯤으로 너그럽게 이해하였다. 더욱 본질적으로는 그의 수완과 전략과 용맹함은 강적 스파르타와 장기간의 소모전을 치러온 아테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전력이자 필수불가결한 자원이었다.
“사자를 키우지 마라. 허나 이미 키우고 있거든 성미를 건드리지 마라.”
아테네의 연극무대를 지배한 유수의 희극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인 아리스토파네스(BC 448년~BC 380년)는 위와 같은 재치 있는 문구로 ‘걸어 다니는 필요악’으로 국가권력의 중심부에 진입한 알키비아데스의 위상과 가치를 압축적으로 요약하였다.
국가가 알키비아데스를 필요로 하는 순간은 짧지만 굵었다. 대신에 그가 악으로 군림하는 시간은 가늘고 길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는 그가 저지른 갖가지 기행과 악행이 소개돼 있다. 그는 나중에 대가는 후하게 쳐주었지만, 유명 화가인 아가타르코스를 자신의 집에 강제로 가두고 그림을 그리도록 강요했다. 그가 후원한 연극과 경쟁관계에 놓인 작품에 투자한 타루레아스는 알키비아데스로부터 뺨따귀를 얻어맞는 봉변을 당했다.
단연 불쌍한 이는 전쟁포로로 사로잡힌 어느 멜로스 여인이었다. 알키비아데스의 첩실이 돼야만 했던 탓이다. 이 불운한 여성에게 유일한 위안거리가 된 사실은 알키비아데스가 그녀와의 사이에서 서출로 태어난 아들을 다른 자식들과 차별 없이 키웠다는 점뿐이었다.
키몬은 페르시아군과의 전투에서 연전연승을 거두며 아테네의 판도를 소아시아 반도의 서해안 지역까지 확대시킨 걸출한 전쟁영웅이었다. 그는 아테네를 건국한 테세우스의 유해를 발견해 수습한 공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한 터였다. 알키비아데스는 그와는 정치적으로 결을 달리하고 있음에도 원로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키몬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하루는 알키비아데스가 똘마니들을 잔뜩 데리고서 한껏 거들먹거리며 시내를 지나가다가 길거리 한가운데에서 키몬과 마주쳤다. 키몬은 약간은 이죽거리는 말투로 알키비아데스 일행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혼잣말을 뇌까렸다.
“다들 무럭무럭 커야지. 그래야 멋지게 한방에 훅 가지.”
플루타르코스는 키몬의 야유 가득한 독백에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백인백색의 반응을 보였다고 서술하였다. 알키비아데스를 대하는 당대의 아테네인들의 심정이 얼마나 착잡하고 심란했는지를 웅변하는 일화이다.
시칠리아 섬 정복은 아테네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페리클레스는 이게 얼마나 부질없고 위험한 야망인지를 소상히 알았던 까닭에 아테네인들의 팽창욕구를 그가 누렸던 폭넓은 대중적 신망과 권위에 기대어 힘들지 않게 억누를 수가 있었다. 종래, 아테네인들의 시칠리아 원정이 소규모 탐색전 수준의 제한전에 머무를 수 있었던 까닭이다.
페리클레스가 타계함과 동시에 아테네 시민들의 호전성을 제어할 마지막 안전장치가 해제되었다.
알키비아데스는 유혹과 선동의 기술에서도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자였으니 이 좋은 먹잇감을 그가 놓칠 리 없었다. 문제는 시칠리아 정도에서 만족하는 대다수 동료시민들과는 다르게 그의 야심은 끝을 몰랐다는 데 있다. 후세의 피로스에게처럼 알키비아데스한테도 시칠리아는 세계정복으로 나아가는 소박한 발판일 뿐이었다.
과대망상은 청년의 특권이다. 당장 본인부터가 과대망상에 빠진 알키비아데스는 청년들의 과대망상을 자극하기에 안성맞춤의 인물이었다. 알키비아데스의 평소 행실을 못마땅한 눈초리로 바라봐온 아테네의 나이든 기성세대들도 이번에만은 그의 편을 들어주었다. 청년들이 꿈을 좇아 시칠리아를 동경했다면, 중장년들은 현실적 이익을 구해 이탈리아 반도 남쪽의 커다랗고 부유한 섬지방을 탐했다.
그럼에도 위대한 세계정복 전쟁의 첫 단추로 시칠리아를 꿰려고 한다고 공공연하게 발설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알키비아데스는 시칠리아 도처에 산재한 아테네의 동맹도시들을 야만스러운 시라쿠사의 침탈로부터 지켜주겠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원정의 구실로 내세웠다. 그는 시칠리아 점령에 성공하면 스파르타를 둘러싸는 거대한 포위망을 마침내 완성시킬 수 있다고 강변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터무니없는 작전구상이었다.
니키아스는 시칠리아가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위한 ‘뉴 프런티어’가 결코 될 수 없음을 직감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점성가 메톤 또한 시칠리아 원정이 아테네판 월남전으로 귀결될 게 분명함을 명징하게 깨닫고 있었다.
니키아스는 지난번 발생한 스파르타 사절단 사태로 말미암아 정치적 영향력이 현저하게 위축된 상태였다. 그 말 많고 시끄럽던 소크라테스는 서방 원정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연유에서인지 발언을 극도로 자제했다. 알키비아데스의 비뚤어진 근본적 성정과 폭주하는 민중의 맹목적인 어리석음을 잘 인식하고 있던 그는 범국가적인 서정(西征)을 만류하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어쩌면 사실상 체념에 들어갔는지도 모른다.
메톤은 영악하게 혼자 살아남는 길을 택했다. 그는 시라쿠사 정벌에 참전했다가는 낯선 이국의 땅이나 바다에서 무의미한 개죽음을 당할 게 틀림없다고 판단하고서 미친 척을 했다. 집에다 스스로 불을 지른 것이다.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방화범을 징병할 수는 없는 터라 메톤은 크게 욕먹지 않고 병역을 무사히 면제받을 수 있었다.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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