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을 울린 문재인의 김영삼 갈라치기
김영삼 전 대통령(사진 중앙)은 기면 기이고 아니면 아닌 인물의 전형이었다. (사진 : 김영삼민주센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영남에서의 한 표가 아쉽고 절박한 입장이었다. 유권자 숫자에서 영남은 호남의 두 배가 넘었다. 이재명이 호남권에서 아무리 몰표를 가져온다고 하여도 영남 지역에서 상당한 득표율을 기록하지 못하면 대통령 선거에서의 승리는 객관적으로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이재명이 애가 타고 입에 침이 바싹바싹 마르는 바로 이 순간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커다란 선물을 안겼다. 문재인이 직접 낭독한 삼일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를 최초의 민주정부로 규정해버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과 인식으로 말미암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는 더불어민주당과는 어떠한 인연도, 연속성도 닿지 않는 ‘저쪽 정권’으로 확실히 자리매김당하고 말았다. 따라서 이재명과 윤석열 사이에서 누구를 찍어야만 할지 무척이나 오랫동안 고민했을 부산경남 지방의 부동층 유권자들은 김영삼 정부의 역사적 역할과 의의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후보가 아니라, 문민정부의 견결한 계승자를 자임하는 국민의힘의 공천을 받은 윤석열 후보자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표심을 굳히게 되었다.
부울경 즉 부산과 울산과 경남은 수도권 다음으로 유권자가 많은 곳이다. 여기에서 이재명 후보가 20만 표만 더 얻었어도 5월 10일 오전에 국회의사당 잔디밭에서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식을 치를 주인공은 윤석열이 아닌 이재명이었을 게 틀림없다. 정치, 특히 선거에서 가정법은 부질없는 노릇이라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삼일절 기념사에서 김영삼 정부를 특유의 고질적인 갈라치기 작전으로 모질게 배척하지만 않았어도 이재명이 본진인 성남을 황급히 방기하고 연고도 없는 인천에서 부랴부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옹색한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두 달 전 깔끔하게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테니까….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그를 지지했던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같은 상도동계 인사들의 격렬한 반감을 초래하면서까지 왜 굳이 YS를 이른바 민주진보개혁세력의 족보에서 완전히 파문시키려 시도했을까?
김영삼이 3당 합당 강행과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야기 등의 과오들로 인해 혹독히 비판받을 전직 대통령이었음은 분명하다. 허나 김영삼의 결단력과 추진력이 없었다면 하나회 숙정을 통한 군부의 정치개입 근절과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은 공직자 재산공개, 그리고 음습한 지하경제에 철퇴를 내리친 금융실명제도의 전격적 도입처럼 우리나라의 발전에 큰 획을 그은 담대한 개혁 정책들은 애당초 불가능했거나 아니면 장기간 실시가 미뤄졌을 것이다.
더욱이 전두환과 노태우의 신군부세력을 12ㆍ12 군사반란과 1980년 광주민중항쟁 유혈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감옥에 보낸 주역도 김영삼 정부였다. 결정적으로, 김영삼은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중에서 전자의 손을 암묵적으로 들어줌으로써 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에 묵직한 힘을 보탰다.
그럼에도 문재인은 김영삼을 싸늘하게 외면했다. 필자가 손석희 JTBC 전 사장처럼 문재인 정권의 총애를 받는 친문 언론인이 아닌 터라 문 대통령에게 그 동기와 배경을 물어볼 수 없는 게 참으로 난감하고 답답하다. 하여 어쩔 수 없이 문재인 대통령의 내재적 관점에서 그가 집권 여당의 대선 패배와 뒤이은 정권 상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김영삼 정부를 군사독재정권의 연장선으로 폄하한 이유를 규명ㆍ추론해보기로 하겠다.
문재인의 김영삼 콤플렉스
김영삼과 문재인 전부 거제도 출신이다. 김영삼은 토박이었고, 문재인은 외지인인 실향민 2세였다. 거제도에서 나고 자란 인물들은 자랑스러운 고향 선배 김영삼에 관한 낮에는 신화 같고, 밤에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허구한 날 들었을 터이고, 문재인 역시 예외가 아니었을 게다. 그러므로 뒤로 숨는 성격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 김일성 주석이 급작스럽게 사망한 원인이 본인과의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나치게 긴장한 탓이었다고 주장할 만큼 앞으로 나서기를, 아니 앞에서 나대기를 좋아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질적이고 거북스러운 인간이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영삼은 좀처럼 남 탓을 하지 않는 정치인이었다. 그 후과로 YS와 관계된 사건과 사태들은 죄다 김영삼에게 최종적 책임이 돌아가기 일쑤였다. 집권 기간 5년 내내 때로는 여당 뒤로, 때로는 내각 뒤로, 때로는 청와대 참모들 뒤로, 때로는 심지어 영부인과 아들 등 뒤로 숨었던 문재인 대통령과는 비교체험 극과 극의 캐릭터가 다름 아닌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 YS는 기면 기이고, 아니면 아닌 직설화법의 화신이었다. 두루뭉술하고 애매모호한 유체이탈 화법으로 불리하고 손해 날 일은 철저히 피해간 문재인과는 천성부터가 달랐다.
김영삼은 사상 최저의 지지율로 퇴임하는 불명예를 남겼다. 한데 이게 역설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되었다. 김영삼을 무조건 지지하고 두둔하는 맹목적 대중도 없었지만, 망국적 진영논리에 기대어 그를 병적으로 증오하고 혐오하는 무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김영삼은 퇴임 후에 운신의 폭이 제일 넓고 자유로웠던 대통령이었다. 그의 상도동 집을 지키는 경찰도 당연히 몇 명 되지 않았다.
반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 역대 최고의 지지율을 과시하며 화려하게 퇴임하게 된다.
그러나 빛이 밝으면 어둠도 짙은 법이다. 퇴임을 앞둔 대통령에게 연민과 동정의 따뜻한 눈길을 보내던 인정 많은 세태는 간데없이, 문재인을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손꼽는 국민의 비율 또한 역대 최고로 높게 보인다. 퇴임하는 문재인에게 환호하는 무수한 열성 지지자들의 존재는 그보다 더 많은 인민대중을 그를 향해 이를 부득부득 가는 철전지원수로 돌려세운 대가로 이뤄낸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청와대에서 나온 문재인 대통령이 교통도 불편한 시골마을에다 거대한 요새를 연상시키는 사저를 신축하고, 다수의 경호원과 경찰들의 철통같은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게 무엇을 뜻하겠는가? 김영삼 전 대통령은 요새 같은 사저도, 수십 명의 경호원과 경비경찰 없이도 편안한 말년을 누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로 즐겨 소개해왔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안티테제로도 자부해왔다. 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바람과는 달리 그의 정반대편에 선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김영삼이었음이 차츰차츰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김영삼은 동지도 없었지만 적도 없었다. 상도터널 위 공터의 배드민턴장을 평범한 동네 할아버지처럼 여유롭게 지나가던 김영삼이 문득 기억나는 정권교체 전날이다.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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