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당, 이제는 만들 수 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호남당’ 반대는 생득적 요소를 문제 삼는 발상이었다. (사진 김대희 기자)
“여당도 영남, 야당도 영남” 구도의 강고한 영남패권주의 체제에서 호남당을 한다는 건 정치적으로 자살행위와 다름없는 짓이었다, 호남인들이 호남당을 되레 극력 기피해온 역설적 현상의 근본적 배경이었다.
세상은 미처 예상 못한 엉뚱한 지점에서 돌파구가 트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미국 독립혁명이 성공한 실질적 원인은 조지 워싱턴을 비롯한 건국의 아버지들이 영국군을 상대로 싸움을 잘해서만은 아니었다. 프랑스의 부르봉 왕조가 대서양 건너 유럽 대륙에서 영국과 신나게 싸워주면서 생겨난 어부지리를 빼놓아서는 곤란하다.
일례로 프랑스 해군은 영국군이 북아메리카의 식민지로 병력과 군수품을 원활하게 수송하지 못하도록 통상파괴 작전을 훌륭히 수행해냈다. 범선 시대의 프랑스 함대가 양차 세계대전 당시에 맹위를 떨친 독일 유보트 부대의 원조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호남이 꿈속에서나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던 ‘영남패권주의 해체’의 해묵은 숙원이 마침내 실현된 사건에는 “보수도 강남, 진보도 강남”인 강남패권주의 체제가 성립된 공이 컸다. 21세기 대한민국의 권력은 더 이상 대구와 부산에 있지 않다. 강남구와 서초구로 이동했다. 영남은 호남을 억누르고 견제해야 기득권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반면, 강남은 굳이 호남을 악착같이 핍박할 필요성을 절실하게는 느끼지 못한다. 강남에서 내려다보면 호남과 영남은 머잖아 소멸의 운명을 피하기 어려운 희망 없는 ‘군소지방’들에 불과하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왜 아직은 1위를 수성할 수 있겠는가? 이낙연의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생활인으로서의 뿌리가 강남에 있기 때문이다. 영남 지역에서는 이낙연을 경계해야 할 호남인으로 간주하지만, 강남권에서는 이 전 총리를 자신들의 일원으로 평가할 따름이다.
결정은 강남이 한다
지금은 강남이 결정하는 시대이다. 한마디로, 이낙연에 대한 생사여탈권은 강남이 쥐고 있다. 강남은 이낙연을 지긋이 바라본 다음 검투사들의 생사를 쥐락펴락하는 고대 로마 제국의 황제처럼 엄지손가락을 거만하게 위로 느릿느릿 치켜세웠다. 일단은 용인해주겠다는 의사 표시다. 영남 유권자들이 이낙연을 겨냥해 아무리 열심히 엄지손가락 끝을 아래쪽으로 향하게 해도 그가 기존의 호남 출신 정치인들과는 달리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이다.
본격적 의미의 호남당이 출현하지 못한 일은 영남 기반의 절대권력이 호남당의 탄생과 성장을 끈질기게 가로막아온 탓이다. 호남당의 탄생과 성장을 차단하던 무소불위의 영남 권력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강남이 그를 버렸다는 사실을 마지막 순간까지 깨닫지 못한 채 대구 서문시장으로 달려가 권력의 수명을 연장시키려는 어리석은 몸짓을 애처롭게 선보였다. 불은 남대문에서 났는데, 소방차는 뜬금없이 동대문으로 출동한 격이었다.
교과서 속에서는 강자가 약자를, 부자가 빈자를, 권력자가 인민대중을 괴롭힌다. 현실에서는 약자가 약자를, 빈자가 빈자를, 민중이 민중을 못살게 군다. 이러한 전도되면서도 “사실적인 현실”을 염두에 둔다면 지방을 억압하는 주체는 중앙이 아님이 단박에 드러난다. 실제로는 지방이 같은 지방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기 일쑤이다. 인류사의 동서고금을 관통해온 아주 불편한 진실이고 상식이다.
영남에 대한 호남의 공포감은 영남이 오랫동안 지방이자 중앙이었다는 데 기인한다. 현실이 인식을 앞서가지, 인식이 현실에 선행하지는 않는다. 현실의 영남은 이미 오래전에 중앙이기를 멈췄다. 호남인들의 인식은 변화된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호남 태생 유권자들은 ‘호남당’이 영남이 호남을 박해하는 구실과 도화선으로 여전히 작용할까 봐 두려워한다.
그 공포와 두려움, 이제 과감하고 느긋하게 떨쳐버려도 된다. 지방으로서의 영남은 지방으로서의 호남을 효과적으로 구속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단과 역량을 상실했다. 오늘날의 영남은 누구를 눌러대기는커녕 제 앞가림에 급급하다. 부산경남의 힘의 원천인 제조업은 두산중공업의 대규모 명예퇴직 사태가 증명하듯 무서운 속도로 붕괴해간다. 대구경북 권력의 근간을 지탱해온 경북고 출신의 전통적 엘리트들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처럼 서울의 내로라하는 특목고를 졸업한 신흥 파워 엘리트들에게 권력의 노른자위 자리를 진즉에 내줬다.
‘전략적 선택’의 동의어는 ‘비루함’
영남은 호남당을 부술 능력이 없다. 강남은 호남당을 분쇄할 필요가 없다. 호남당 나오면 나라 망한다는 식으로 지나친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은 현재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도가 전부다. 더욱이 호남당이 나오면 안 된다며 유달리 목청을 높이는 손 대표의 생각은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은 물론이고, 보편적 인권의 가치마저 위협할지도 모를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손학규가 호남당 창당 움직임의 주역으로 손꼽은 정치인들이 호남에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은 아니다. 뱃속의 아기가 고향과 국적을 스스로 골라서 태어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손학규 대표 역시 나이를 먹고 싶어서 먹은 건 아닐 게다. 나는 누가 손학규의 나이를 문제 삼으며 손학규는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짓이 부당한 것만큼이나, 다른 정치인들의 고향이 호남인 점을 집요하게 문제시하는 손학규의 종전 태도 또한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유권자가 다른 유권자의 눈치를 살피며 선택을 고심하는 나라는 결코 정상적인 민주국가가 아니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유권자가 다른 유권자의 눈치를 보며 자기의 선택폭을 제약하는 행위를 ‘전략적 선택’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수식어를 동원해 과장스럽게 미화해왔다.
전략적 선택은 직업 정치인이나 전문적 선거 컨설턴트들이나 고민해야 마땅한 일이다. 유권자들은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투표용지 위에 자유롭게 붓두껍을 꽉 누르면 된다.
전략적 선택의 반대말은 ‘소신’이다. 소신 있는 유권자는 위대한 정치가를 갖지만, 전략적 선택에만 몰두하는 소심하고 오락가락하는 유권자들의 투표지에는 결국에는 기회주의적 정치철새들만 오롯이 남기 마련이다. 명실상부한 호남당의 등장이 유권자들에게 전략적 선택이라는 이름의 줏대 없음과 노예근성을 강요해온 비루한 역사에 철퇴를 내리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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