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마르크스는 낮에는 건강한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노동에 자유롭게 종사하고, 밤에는 품격 높은 문학평론을 여유롭게 쓰는 삶을 공산주의적 이상향으로 묘사했다. 그야말로 ‘저녁이 있는 삶’이었다.
심촌정육식당에서 필자 앞에 한 상 가득 차려진 푸짐한 점심식사. 상차림을 보자마자 나는 초심을 잃고서 먹방으로 방향을 돌릴 뻔했다.
이상은 이상일 뿐,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녁밥이 있는 삶’을 위해 아등바등하기 마련이다. 서울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 근처에서 ‘심촌정육식당’이라는 상호를 내걸고 고깃집을 운영 중인 심춘보 사장 역시 ‘저녁밥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대한민국의 여느 평범한 서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심춘보 사장은 우리 사회의 수많은 밥집 주인들처럼 남들에게 밥을 해먹임으로써 자신과 가족을 위한 고단한 밥벌이를 해왔다. 심춘보에게는 남의 저녁밥이 곧 나의 저녁밥이었다.
그럼에도 대개의 자영업 종사자들과는 뚜렷이 차별화되는 부분이 그에게는 명확하게 존재한다. 그것은 심춘보 사장이 「다산저널」이란 작은 인터넷 언론을 꾸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그는 해당 매체의 발행인인 동시에 사실상의 주필 역할을 겸하고 있기도 하다.
노동과 사회비평을 겸업한다고는 하지만 심춘보의 삶은 마르크스가 일찍이 찬양해놓은 비평하는 노동자, 혹은 노동하는 평론가의 인생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결정적 이유는 노동하는 시간과 평론하는 시간을 심춘보 사장 마음대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가게일이 바쁠 경우 자동적으로 절필할 수밖에 없는 까닭에서다. ‘심촌정육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심춘보 사장에게는 생계의 은인이자 무서운 검열관인 셈이다.
박근혜의 나라가 전경련의 나라였다면, 문재인의 나라는 민주노총의 나라다. 허나 전경련이 극소수 독점재벌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했듯이, 민노총으로 흔히 불리곤 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또한 대다수 기층 서민대중의 절박하고 긴요한 이해관계와는 동떨어진 부유하고 조직화된 공무원들과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주로 대변한다. 소속 구성원들의 여론과 목소리가 실체에 비해 정치사회적으로 지나치게 과잉대표가 되어오기는 전경련이니 민노총이나 오십 보, 백 보 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닌 연유다.
이와는 정반대로 자영업자 계급은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철저하게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고 있다. 청와대에도, 정부에도, 국회에도, 심지어 시민단체에도 민주노총 조합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자영업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기꺼이 대변하려는 참모와 관료와 국회의원과 활동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노총 자체 자료에 의하면 2018년 1월 기준으로 민노총 조합원수는 78만 6,563명이다. 그렇다면 자영업자의 숫자는 어떨까? 국정모니터링지표인 「e-나라 지표」를 인용하자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수는 2017년 연말 현재 568만 2천 명에 달한다. 총 취업자수의 무려 21.3퍼센트를 점유하는 비율이다.
뭉뚱그리자면 80만 대 570만. 직접이건 간접(대의)이건 현대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리를 의사 결정의 기본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80만 명의 물질적 복리를 위해 570만 명의 절실한 여망을 거의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기조 위에서 운용되고 있다고 믿는다.
TV와 라디오 등의 공중파 방송에서, 종편에서, 종이신문에서, 각종 오프라인 잡지에서, 내로라하는 온라인 매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차고 넘치는 80만 민주노총 조직원들의 의견과 생각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저 머나먼 아프리카 대륙의 어느 국가에서 발생한 내전 때문에 생겨난 난민들 정도로 가벼이 취급받고 있는 570만 자영업자들의 애환과 고락을 내 힘닿는 데까지 알리고 소개하는 게 필자의 목적이고 사명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 흔쾌히 인터뷰 요청에 응해준 심춘보 사장에게는 미안한 말씀이겠으나 심춘보는 아직은 유명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단지, 심춘보 개인이 갖고 있는 엄청난 상징적 중요성을 전경련에 대한 동지의식과 민노총을 향한 일체감 사이에서만 시계추처럼 진자운동을 거듭해온 한국의 기성 언론과 기존 지식인사회가 모르고 무시할 뿐이다.
심춘보 사장과의 인터뷰는 2018년 11월의 첫째 날 오후, 서울 강북구의 롯데백화점 미아점 뒷길에 위치한 심촌정육식당에서 진행됐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후 도착한 필자를 위해 심춘보 사장은 푸짐하게 한 상을 차려내 줬다. 이렇게 든든히 배를 채운 직후에 임하는 대담은 아마도 내 기억에 처음일 듯싶다. (계속 이어짐…)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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