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이 된 이회창의 차별화
이회창이 감행한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어떨 때는 소신으로 칭송됐고, 어떨 때는 배신으로 비판받았다. 이미지는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선거 포스터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 사이의 평행이론을 주장하는 호사가들의 숫자가 점점 더 늘어나는 분위기이다. 때 이른 대세론에 도취한 나머지 지나치게 몸을 사리다 지지율을 야금야금 까먹어온 이낙연 의원의 모습이 역시나 대세론에 안주하며 변화와 혁신을 고집스레 회피하다가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차가운 미역국을 마셨던 이회창 전 총재가 걸어간 실패의 궤적을 너무나 정확히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낙연과 이회창을 동급으로 취급하면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더 버럭할까? 필자는 후자 쪽이 느낄 불쾌감이 오히려 클 것으로 생각하는 바이다. 정치인 이회창은 한국사회 주류 중의 주류이자 대표적인 귀족형 정치인이었으되 현실 정치인으로 나선 다음에는 온실 속 화초에만 머물지는 않은 연유에서이다.
이회창도 이낙연처럼 국무총리를 지냈더랬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를 초래한 무능한 통치자로만 기억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믿기 어려운 일이겠으나, 문민정부 초반기의 YS의 인기와 기세는 출범 초기의 문재인 정부조차 부러워할 정도였다. 김영삼은 군사쿠데타의 온상이었던 하나회 군벌을 전격적으로 숙청했다.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를 도입해 권력을 이용해 축재에 몰두해온 부패한 탐관오리들과 부도덕한 정치인들에게 철퇴를 가했다.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가 없었더라면 국민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전형적인 강남부자임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박병석 국회의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위시한 문재인 정권의 고관대작들이 강남에 수십억짜리 아파트를 줄줄이 가진 사실도 인민대중은 몰랐으리라. 더욱이 YS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해 남한경제의 고질병인 독버섯 같은 지하경제에 확실하게 밝은 태양빛을 비췄다. 업적과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하자면 김영삼 정부는 얄팍한 감성정치와 시대착오적 유훈정치가 양축을 이룬 이른바 쇼통을 빼고는 지난 3년 동안 한 일이 별로 없는 문재인 정부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엄청나게 성공한 정권이었다.
그런 전성기 시절의 김영삼 전 대통령 앞에서 이회창은 발칙하게도, 무엄하게도 차별화를 꾀했다. 그는 이제껏 대통령의 고유하고 신성한 업무로 관행처럼 간주돼온 외교와 국방 분야에서도 헌법에 규정된 대로 총리의 정당한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당차게 선언했다. 김영삼은 이회창을 용납하지 않았다. 이회창은 국무총리로 임명된 지 넉 달이 조금 경과한 시점에서 자진사퇴 형식으로 해임되었다.
이때의 사건은 정치인 이회창의 시세를 급상승시켰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90퍼센트까지 올라간 대통령을 향해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권력과의 명분 있는 싸움이야말로 국민들이 열광하는 감동적이고 원칙 있는 차별화였다.
배신이 된 이회창의 차별화
그로부터 3년 반 후에 이회창은 김영삼과의 차별화를 또다시 모색하게 된다. 그가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신분이던 때였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사태가 YS 마스코트 구타 소동이다. 한나라당의 대선승리를 다짐하는 필승 결의대회에서 이회창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몇몇 당원들이 김영삼을 상징하는 인형을 마구 때리는 퍼포먼스를 연출한 것이다.
2차 차별화는 1차 차별화와 달리 철저하게 실패했다. 왜냐? 차남은 구속되고, 나라경제는 결딴나고, 그를 따르던 상도동계는 뿔뿔이 흩어진 까닭에 완전한 레임덕 상태에 직면한 힘 빠진 YS를 대상으로 구사한 차별화였던 탓이다. 정치도의도 실종되고, 득표효과도 미미한 이와 같은 기회주의적이고 정치공학적 차별화는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이낙연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건 필연이다. 미구에 일어날 예정된 미래다. 그러므로 이왕 감행해야만 할 차별화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으로 군림하는 지금이, 친문세력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지금이 이낙연이 문재인과의 원칙 있는 차별화를, 감동적인 차별화를, 그리하여 이기는 차별화를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자, 타이밍의 기술이다. 이낙연이 내년 하반기에나 들어서 청와대와의 차별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한다면 그의 차별화는 YS 마스코트 구타 사건을 연상시키는 기회주의적이고 정치공학적인 차별화로 귀결될 뿐이다.
이낙연은 주류의 화신이자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이회창조차 내뿜었던 야성적인 진취적 도전정신을 국민들에게 증명한 적이 없다. 이낙연이 현재까지 쌓아올린 승리의 금자탑이라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약체 야당대표일 황교안을 상대로 올해 4월 총선에서 누리꾼들 표현을 빌리자면 소위 양민학살에 성공한 게 전부다.
총선과 지방선거는 모사들이 지배하는 시간이다. 대통령 선거는 승부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간이다. 살아있는 권력과의 차별화, 승부사라면 절대로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적 선택이다.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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